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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여행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생겨난 사연

by 눌산 2008.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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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에서 만난 낙동강의 아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남지 장날입니다. 남지는 경상남도 창녕 낙동강 변에 있는 강마을이죠. 시골 장터 풍경은 어디나 비슷합니다. 최신 유행하는 신발이며 옷가지를 파는 난장부터 어르신들이 손수 기른 푸성귀까지 종합백화점이 따로 없습니다. 장터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먹을거리가 아닐까요. '창녕 아주 옛날 전통 쫄깃쫄깃한 송깃떡'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반가울 수 밖에요. 낯선 땅 낯선 풍경을 찾아다니는 저에게 듣도 보지도 못한 송기떡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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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 장터에서 만난 송기떡입니다.

바로 이 송기떡 때문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오래전 얘기겠지만 농촌에서는 보리가 익기 전까지 먹을거리가 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보릿고개죠. 산중에서는 산나물을 뜯어 죽을 쒀 먹기도 했고, 농촌에서는 소나무의 속껍질인 송기를 벗겨 가루를 내어 죽을 끓여 먹거나 바로 이 송기떡을 만들어 먹으며 주린 배를 달랬었다고 합니다. 죽은 송기죽이고, 떡은 송기떡, 송구떡이라고도 부른답니다. 문제는 이 송기떡을 먹은 다음인데요. 송기 속에 함유 된 송진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열을 받으면 수분이 증발되고 돌덩이 같이 딱딱해지게 된다고 합니다. 뱃속에서 말이죠. 더부룩한 속을 달래기 위해 찬물이라도 들이키게 되면 송진은 더 빨리 굳게 됩니다. 굳은 이 덩어리들은 항문 안쪽으로 모이게 되고. 그리고 배변 과정에.... 아. 더 이상 설명은 못드리겠습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알고보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름진 음식에 익숙한 양반님 네들이야 쑥쑥 잘도 볼 일을 봤겠지만 기름기 하나 없는 섬유질 덩어리인 보리밥에 푸성귀만 먹던 서민들이 겪은 고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맛은 솔향이 섞인 쌉싸름한 맛이 살아 있습니다. 단맛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환영 받을 음식은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제 입맛에는 딱 맞았습니다. 이따금 남지장터의 송기떡 생각이 나지만 그 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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