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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진동리 단상

by 눌산 200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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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립니다.
매서운 북서풍을 온 몸으로 받아야 하는 낙엽은 이미 겁을 먹고 낙화를 시작했습니다.
이파리 하나 없는 맨 몸으로 긴 겨울을 나겠지요.
환경이 만든 그들만의 살아 가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진동리는 한때 오지마을의 대명사로 불러던 곳입니다.
딱, 한때였지요.
지축을 흔들며 굴삭기가 몰려들어 왔고, 연이어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산골 오지마을에는 유럽식, 아니 국적도 모르는 거창한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섰고,
관광버스가 줄을 이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천상의 화원' 있다는데.
기가막히게 멋진 숨겨진 비경이 널려 있다는데 그럴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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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명소를 소개하는 신문 잡지의 글을 보면 적상산이 많이 소개됩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쯤 다녀가는 곳이지요.
그러다보니 관광버스가 매일 같이 펜션 앞을 지나갑니다.
버스 세 대만와도 120명입니다.
우르르 몰려왔다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워낙 조용한 동네라 가끔은 이런 사람 구경도 할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는 아니지만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들의 행태입니다.
차 한 대에 한 명은 꼭 펜션 앞에서 노상방뇨를 합니다.
뒤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한마디 하고 싶지만 볼 일 보고 있는 뒤에다 말하기가 영 뭐해서 그동안은 보고만 있었지요.
앞으로는 옷에다 싸든 말든 한마디 해줘야 겠습니다.^^

아! 화장실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냐구요?
아닙니다.
스카이창이 멋진 공중 화장실이 주차장 바로 앞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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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마친 분들이 펜션 뒤 당산나무에서 간식이나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보면 대부분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입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번 정도는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곱게 놔두고 가는게 아니라 꼭 돌무더기 속이나 어디 구석진 틈에 숨기고 말입니다.
그냥 두고 가자니 미안해서라고 생각해보지만.
그러면 더 치우기 힘듭니다.

여행을 많이 다녀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주 여행을 다니는 분들은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나이가 들어 갈 수록 초등학교때 배웠던 도덕이 가물가물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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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가뭄에 맨 먼지만 날리던 등산로가 촉촉해졌습니다.
나뭇잎은 한껏 붉고 진하게 부풀었고요.
이번주 등산 오시는 분들은 가장 아름다운 적상산을 만나실겁니다.

대신에 노상방뇨나, 무단 쓰레기 투기 같은 어처구니 없는 행동은 집에 두고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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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때면 어김없이 진동리 생각이 납니다.
한때는 무작정 달려가 보듬고 그곳의 산과 골짜기를 누볐지만.
이제는 여유가 좀 생겼나 봅니다.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던 것이
추억만으로도 그곳의 산과 골짜기가 보이니 말입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일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사람은 늘 변화를 추구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람과 자연의 차이는 많은 부작용을 낳습니다.
문제는 욕심이겠지요.
변화는 곧 사람의 욕심이니까요.

눈으로 보이는 만큼만, 딱 그 만큼만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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