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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5월의 금강, 초록물이 흐른다.

by 눌산 2010.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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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옛길트레킹 - 무주 부남면 대소마을에서 율소마을까지

걷기에는 절차가 필요없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떠나면 그만이다. 사람들이 걷기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등산을 즐기던 이들까지 합세해 이젠 온 나라가 거대한 하나의 길이 되었다. 등산보다 걷기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등산과 걷기의 차이는 뭘까. 등산은 수직이동이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그에반해 걷기는 산 아랫도리를 수평으로 이동한다. 수직이동을 통해 보고 듣지 못했던 것을 걷기에서 얻을 수 있다. 등산이 앞만보고 달리는 현대인이라면, 걷기는 삶의 질을 우선으로 하는 슬로우족이다.



금강 천리길, 그 중심에 서다

금강의 발원지는 전라북도 장수 신무산 자락 뜬봉샘이다. 천리길 대장정의 시작은 보잘 것 없고 초라하기 그지 없다. 허나 크고 작은 내를 받아들여 몸집을 불린 금강은 용담댐에 이르러 하나가 된다. 용담댐을 빠져나온 물길은 구절양장 또아리를 틀며 ‘사람의 길’을 막아선다. 진안 땅 협착한 골짜기를 파고들며 물은 저 혼자 흐른다. 금강길 걷기의 시작은 골짜기를 빠져나와 너른 들을 만나는 무주 부남 땅에서부터이다.

금강 천리길 중 무주 땅을 지나는 구간만 따진다면 약 30여 km. 부남면 소재지에서 남대천과 합류하는 무주읍 서면까지, 다시 잠시 도로와 멀어지다 만나는 내도리(앞섬마을)까지다. 전체 구간을 하루에 걷기에는 역부족이다. 그중 가장 아름답다는 부남 대소마을에서 율소마을까지 이어지는 ‘벼룻길’을 다녀왔다.

부남면사무소에 주차를 하고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서기 전 요기를 하기 위해 가까운 식당을 찾았다. 식당 주인 김기곤(67) 씨는 부남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고 했다. 초행길이라 옛길에 대해 물었더니, 벼랑 사이로 옛길이 있다고 했다.

"벼랑을 뚫고 난 굴이 장관입니다. 왜정때 물 댈라고 판 수로인데, 해방되고는 수로 대신 길로 이용했지요. 아~들 학교도 다니고 마실도 다니고 그랬지요"

마을 주민들은 그 길을 ‘보뚝길’이라고 했다. 보뚝길이란 일제시대 율소마을 대뜰(넓은 들)까지 물을 끌어가기 위해 만들었다는 수로를 말한다. 취재에 동행한 무주 문화관광 해설사 이부영 씨는 주민들이 말하는 ‘보뚝길’은 ‘벼룻길’이라고 했다.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 낭떨어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말한다.

부남은 강마을이다. 하지만 곧바로 강으로 내려섰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절벽구간이 많아 오도가도 못하기 때문이다. 대소마을에서 일단 산을 넘어간다. 산너머에서 다시 만나는 강을 따르기 위해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벼룻길

대소마을 뒤로는 요즘 복사꽃이 한창이다. 그 사이사이 배꽃이 만발해 꽃향기가 진동을 한다. 저 멀리 벼랑을 돌아 나온 금강이 연둣빛 얼굴을 하고 있다. 함께한 이부영 해설사가 부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차를 타고 다닐 생각만 했지 왜 이런 멋진 길을 걸어볼 생각을 안했을까요.” 무주 사람이지만 이런 멋진 풍경을 모르고 살았다는 얘기다.

마지막 사과밭을 지나면 벼랑길이 시작된다. 사람이 다닌 흔적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길은 뚜렷하다. 옛길이 다 그렇듯, 길은 사람을 향해 반갑게 문을 연다. 길가에는 들꽃 천지다. 금낭화, 개별꽃, 산괴불주머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얼마나 오랜시간을 기다렸을까. 길은 사람의 발자국을 먹고 산다. 비로소 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봄을 맞은 묵은 길에도 생기가 돈다.

약 1km 쯤, 강 건머 봉길마을을 마주보며 벼랑길을 따라 내려가면 ‘선녀와 나뭇꾼’ 전설이 깃든 각시바위가 우뚝 솟아 발길을 붙잡는다. “옛날 천상(天上)에서 내려 온 선녀가 목욕을 하고 올라가려다 천의(天衣)를 잃어버리고 오르지 못하자 인간세계에 남아 결혼하고 아들 셋을 낳았는데, 후에 선녀가 천의를 찾아 입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을때 하늘에서 내린 벼락을 맞고 떨어져 바위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각시바위 아래로는 선녀가 목욕한 각시소가 흐른다. 아직 미혼이라는 이부영 해설사에게 “여기서 선녀를 기다려 보시죠”하고는 먼저 길을 나선다.

각시바위 아래로는 한사람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굴이 뚫려 있다. 바로 대뜰까지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일제시대 뚫은 굴이다. 이 굴이 뚫리기 전에는 각시바위를 넘어 다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길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이부영 해설사는, “알 수는 없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로 이용되었을 겁니다. 대소마을에서 율소마을은 이 길이 가장 빠르니까요.”라고 했다.

각시바위 아래 굴을 통과하면 갑자기 너른 들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가 지명이 된 ‘대뜰(넓은들)’이다. 멀리 율소마을이 보이고, 금강은 강폭을 더 넓혀 무주 읍내를 향해 흐른다. 짧지만 속이 꽉찬 길이다.

지난 주말에도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배낭을 둘러멘다. 내일 뭐하지? 따위의 근심 걱정은 필요없다. 설렁설렁 걷다보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연둣빛 세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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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무주군 부남면 대소마을이 들목이다. 금강식당 뒤 마을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과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 천지인 넓은 둔덕이다. 벼룻길은 농로 끝에서 시작한다.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은 없지만 뚜렷한 길의 흔적을 쫓아가면 각시바위 아래 굴로 이어진다. 부남에서 각시바위를 지나 대뜰까지는 약 3km. 왕복 두 시간 내외 소요된다.

단체에 한해 무주군청 문화관광과(063-320-2545)에 미리 전화하면 길안내를 받을 수 있다.

 
<글, 사진> 눌산 여행작가 http://www.nuls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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