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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조계산 굴목이재 트레킹

by 눌산 201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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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숲으로의 여행, 조계산 굴목이재

휴일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둘러 멥니다. 옛길이나 숲길, 강길을 걷는 사람들입니다. 이젠 매니아가 따로 없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걷기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더니 걷는 것을 싫어 하는 사람들까지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좋은 현상이지요. 걷기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같은 유명한 길도 좋지만, 한가로이 걸을 수 있는 숲길은 특히 인기입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를 잇는 조계산 굴목이재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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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숲은 연초록입니다. 하늘을 가린 숲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볍습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숲으로 드는 순간,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 드니까요. 조계산이 품은 천년고찰 선암사 가는 길은 내내 숲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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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명물 승선교입니다. 다리 이름처럼 속세의 번뇌를 씻고 선계로 가는 성스러운 공간입니다. 다리 아래 계곡의 청량한 물소리가 가슴 속을 훑고 지나갑니다.

선암사 승선교(仙岩寺 昇仙橋) 보물 제400호

선암사의 부도(浮屠)를 지나 경내에 이르면 시냇물을 건너야 되는데 그 건널목에 놓인 다리가 승선교이다. 시냇물의 너비가 넓은 편이라서 다리의 규모도 큰 편인데, 커다란 무지개 모양으로 아름답게 놓여있다.

기단부(基壇部)는 자연 암반이 깔려 있어 홍수에도 다리가 급류에 휩쓸릴 염려가 없는 견고한 자연 기초를 이루고 있다. 다리의 아래부분부터는 길게 다듬은 돌을 연결하여 무지개 모양의 홍예(虹霓)를 쌓았으며, 그 짜임새가 정교하여 밑에서 올려다보면 부드럽게 조각된 둥근 천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홍예를 중심으로 양쪽 시냇가와의 사이는 자연석을 쌓아 석벽을 이루고 그 윗부분에도 돌을 쌓았는데, 모두 주변의 냇돌을 이용하였다. 다리 한복판에는 용머리를 조각한 돌이 밑으로 삐죽 나와 있어 장식적 효과를 주고 있는데, 예로부터 이것을 뽑아내면 다리가 무너진다고 전해오고 있다.

임진왜란 이후 불에 타서 무너진 선암사를 중건할 때 이 다리를 놓은 것으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조선 숙종 24년(1698)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의 모습을 보기 바라며 백일기도를 하였지만 그 기도가 헛되자 낙심하여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 하는데, 이 때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다. 대사는 자기를 구해주고 사라진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세워 관음보살을 모시는 한편, 절 입구에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세웠다고 한다.

무지개 모양으로 건설한 양식은 곧 벌교홍교(보물 제304호)와 같은데, 2개가 모두 지역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으므로 양식상 공통점이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다만 돌을 쓴 방식이나 마무리수법이 오래된 양식이며, 그 구조 또한 보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미루어 영조 때에 만들어진 벌교홍교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문화재청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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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교와 강선루를 지나면 신라 진평왕 3년에 아도(阿度) 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선암사입니다. 목적지인 굴목이재는 강선루 지나 만나는 연못 맞은편 산길로 들어서면 됩니다.

부도밭이 있는 작은굴목이재 갈림길에서 곧바로 직진하면 조계산 야외생태학습장을 만납니다. 정자와 나무의자가 군데군데 마련되어 있어 쉬어가기 좋은 곳입니다. 선암사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까지 둘러보고 나갑니다. 가볍게 산책 삼아 둘러보기 좋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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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생태학습장에는 야생화가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붓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밭에 동네 어르신들이 잡초를 뽑고 계십니다.
"호맹아~ 호맹아~"
 아니 이 뭔소린가요. 알고봤더니 점심드시고 잠깐 쉬는 사이 호미가 사라진 모양입니다. 호맹이는 호미의 전라도 사투리랍니다. 사라진 호맹이를 부르는 소리에 한바탕 웃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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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듭니다. 오동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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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숲입니다. 하늘을 향해 곳추 선 60-70년 생 아름드리가 편백나무가 장관입니다. 넓은 숲을 이루고 있어 산림욕장이 따로 없습니다. 편백나무는 산림욕에 효과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유는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나무가 내뿜는 휘발성 향기)에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숲으로 찾아드는 시간이라면 그 향이 코를 찌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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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오수를 즐기는 이들도 보입니다. 이런 숲에서 한나절 만이라도 보낸다면 세상만사 근심걱정 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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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목이재 전구간이 숲그늘입니다. 잿마루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계곡과 함께하고요. 땀이 흐를 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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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숲의 주인은 활엽수림입니다. 연초록 이파리는 시원한 숲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나무에는 각자의 이름표가 걸려 있습니다. 사랑스런운 눈길로 봐주는 자체만으로도 자연에 대한 예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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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목이재 등산로에서 만날 수 있는 숯가마터입니다. 조계산 일대에는 이런 숯가마터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숯가마터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 아버지가 숯쟁이셨으니까요. 아마 이 숯가마도 당신께서 스쳐 지나가신 곳일지도 모릅니다.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 숯가마에서 생활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산을 좋아하고, 산에 살게 된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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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미기 깔끄막'이란 이름이 붙은 오르막길입니다. 코가 땋에 닿을 만큼 급경사입니다. 하지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아주 짧기 때문이지요.

돌계단 사이사이에 핀 피나물이 자꾸 유혹을 합니다. 쉬었다 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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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마루를 넘어서면 촉촉한 흙길이 기다립니다. 또 하나, 이쯤오면 조계산 명물 보리밥집의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솔솔 풍깁니다. 대단한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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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이 보리밥 때문에 두 시간을 걸어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고개를 넘어왔으니 배가 고플만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 자리에서 난 채소와 보리밥을 쓱쓱 비벼 먹는 맛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입니다.

조계산보리밥집 061-754-3756, 보리밥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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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목이재는 선암굴목이재와 송광굴목이재로 나뉩니다. 그 가운데 보리밥집이 있으니 딱 중간인 셈이지요. 이제부터는 대부분 내리막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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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피나물이 가득합니다. 촉촉한 흙냄새와 함께 숲그늘은 더욱 짙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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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햇살이 숲 사이로 스며듭니다. 숲길이 끝난다는 신호입니다. 반갑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한없이 걷고 싶은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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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게 쭉쭉 뻗은 대나무가 도열해 나그네를 환영합니다. '먼 길 걸어 오느라 애썼네.'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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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히 출발했지만 해는 아직 서산에 걸려 있습니다. 해찰 부리는 시간이 많아 예상보다 많이 걸렸습니다. 불일암까지 다녀 올 생각이었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송광사 경내를 찬찬히 둘러보고 산길을 벗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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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혼자가 아니었군요. 긴 그림자가 내내 동행한 걸 몰랐습니다. 수고했네, 눌산!


[트레킹 tip] 굴목이재는 해발 884 미터의 그다지 높지 않은 조계산 4-5부 능선을 걷는 길입니다. 들목은 송광사나 선암사 어디를 잡아도 상관없지만 선암사 쪽에서 시작하는게 조금은 수월합니다. 총 8.7km 거리로 보리밥 한그릇 비우는 시간을 포함해 보통은 4시간 가량 소요됩니다. 아주 느린 걸음이라면 한 두 시간 더 걸리겠지요.

[교통정보] 원점희귀 산행이 아니니 대중교통이 편합니다. 자가운전은 경부, 천안~논산,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승주IC로 빠져 나오면 선암사까지는 15분 거리입니다. 차량회수는 산행 후 송광사에서 순천행 버스를 타고 승주읍에서 내린 다음, 선암사행 버스로 갈아타면 됩니다. 두 노선 모두 약 4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닙니다.

장거리 여행은 기차가 최고입니다. 순천역에 내려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선암사행 버스(111번)를 이용하면 됩니다.
코레일 고객센터 http://www.korail.com/  1588-7788, 1544-7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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