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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닌, 강이 길을 만든다. <마령-사선대>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산을 깎고, 산을 뚫고, 산을 없애고 길을 만든다. 강을 따라 흐르던 길은 강과는 다른 길을 간다. 강에 의존하며 살던 강마을 환경은 더불어 바뀐다. 강의 주는 의미는 뭘까. 농업용수를 제공했고, 자동차가 없던 시절엔 운송로가 되었다. 나룻배로 건너다니던 강마을은 산을 넘어 고갯길이 뚫렸다. 걸어 다니던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그 산을 넘는다. 점점, 사람은 강과 멀어져만 간다. 강은 유희와 휴식으로 공간으로 바뀌고, 삶의 동반자였던, 늘 눈을 맞추며 살았던 강은 어느새 곁눈질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강둑이 터지고, 강물이 범람하고, 강은 사람에게 크나큰 재앙을 안겨준다. 홍수가 나고, 수해를 입고, 강은 더 푸대접을 받는 존재가 된다. 이제 강은 .. 2008. 4. 24.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 <동창리-마령>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낙동강 도보여행 이후 발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손발이 찬 편이었는데, 오히려 열이 많아졌기 때문. 없던 습진도 생기고,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이 불같다. 고민 끝에 샌들을 신고 걷지만 역시 여름 도보여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간간히 내리는 빗방울이 걷는데는 오히려 좋다. 흐린 날씨에 안개가 산자락을 흐른다. 옹기종기 모인 산마을을 지나 골짜기를 파고 들다, 이내 뽀얀 안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가 그친 후에 농부들은 바쁘다. 병충해 방지를 위한 농약을 치고, 논두렁 물길도 손 봐야 하고, 그간 미룬 잡초도 뽑고...... 비에 축 쳐진 도라지꽃에 생기가 돈다. 곱게 단장한 꽃상여. 오랜만에 본다. 887미터 내동산 아래 윤기마을, 성수산을 마주.. 2008. 4. 24.
전라선, 그리고 17번 국도 <곡성-가정마을>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산 아래로 전라선 열차가 달립니다. 나란히 17번 국도가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 아래로는 섬진강이 한없이 흐릅니다. 기차와 자동차, 강이 나란히 달리는 길입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그 그림을 그려봅니다. 협착한 골을 쉼 없이 달려와 비로소 강다운 면모를 갖추는 곳, 전라남도 곡성입니다. 강은 넓다지만 아직 협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넘어야 할 산이, 지리산이 기다리니까요. 아마, 강의 끝, 바다를 만날 때야 그 답답함을 벗어나겠지요. 섬진강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장맛비를 만났습니다. 한참을 노닥거리다 다시 걷기 시작한 길이 이 전라선과 17번 국도와 섬진강이 만나는 곡성구간입니다. 지난 밤, 가는 비가 내렸지만 열대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무지 .. 2008. 4. 24.
그리운 당신, 접시꽃 되어 반기네. <한밭-동창리>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구체적인 일정표를 가지고 움직이는게 아니다. 그냥 걷고 싶으면 걷고, 눞고 싶으면 적당한 자리 골라 텐트를 치면 된다. 시작부터 해찰부리는 시간이 많아 컨디션 조절이 염려된다. 다시 출발...!! 별장같은 펜션이다. 대전마을의 큰바위 펜션. 전주에서 살던 부부가 2년 전에 펜션을 열였다. 구석구석 가꾼 흔적이 보인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또, 부럽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신암리 골짜기는 강원도 어느 산골 마을을 닮았다. 겹겹이 산이요, 물은 철철 넘쳐 흐른다. 아직 개발의 손길은 미치지 않은 듯 보이나 쓸만한 땅은 죄다 도시인 손에 넘어갔단다. 그렇다고 전원주택이나 별장이 많은 건 아니다. 그냥 사뒀다는 것인데, 허기사 이 좋은 땅 그냥 놔둘리가 있나.... 2008. 4. 24.
산중 깊숙한 사람의 마을 <신암리-한밭 마을>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신암리 마을을 감싸고 있는 팔봉산과 선각산 사이 서구이재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저 멀리 저수지가 보이고, 그 아래 마을이 있다. 해발 850미터 서구이재를 넘어서면 장수읍내다. 신암리 산촌마을 숙박단지. 마을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곳으로 여느 펜션과 다를 바 없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데미샘을 출발해 첫마을인 원신암 마을을 지나고 신암리의 중심 마을인 임신 마을을 벗어나고 있다. 흙길이 아닌 이런 아스팔트를 걷는 일은 도보여행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 지난 가을여행의 경험을 살려 이번엔 샌들을 신었다. 경등산화에 비해 발은 좀 아프겠지만 더운 날씨를 감안하면, 이따금 만나는 계곡에 발이라도 적실려면 샌들이 더 나을 것 같다. 신암리 일대에는 한우 사.. 2008. 4. 24.
내가 여기 왜 있지? 2006년 6월의 섬진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왜 걷는 거지? 스스로 반문에 반문을 거듭하며 걷던 낙동강과는 사뭇 느낌부터가 다르다. 아마, 말동무가 있어 그런 건가. 아니면, 내 살붙이 같은 섬진강이 주는 친근감 때문일까. 아무튼, 걸었다. 종일. 그러다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짊어진 배낭을 짓누를 때 걸음을 멈췄다. 이제 시작인데, 사실, 비에 걸음을 멈췄다고 달라질 건 없다. 다시, 걷자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더, 느리게 걷자였으니까. “도대체 섬진강이 왜 좋아요?”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만난 백운택시 기사분 말씀이다. 백운면에 한 대 밖에 없는 택시기에 간간이 찾아드는 섬진강 도보여행자들을 어김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이 분은 아마, 만나는 여행자마다 물었을 것이다. 걸어서 530.. 2008.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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