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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여행94

복수초 '그곳'에도 복수초가 피었다. 봄비가 그치고, 곧바로 달렸다. 하지만 '그곳'은 흐리다. 촉촉하게 젖은 땅을 뚫고 뽀얀 녀석들이 쏙쏙 올라오고 있다. 이 녀석들이 활짝 웃어야 비로소 봄이라 할 수 있다. 저 아랫동네서는 열흘 전에 만났는데, 전주 근교의 녀석들은 이제야 꽃을 피우고 있다. 딱 1년에 한 번, 이즈음에 가는 곳이다. 여전히 꼭꼭 숨겨져 있다. 사람들 손을 타기 시작하면 끝이라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도로가 코 앞이지만, 사람들은 그냥 지나친다. 고맙게도 말이다. 저 녀석들이 부럽다. 세사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니 말이다. 2013. 3. 7.
[전라남도 순천] 안개의 도시 '무진', 순천만 갈대밭 시인 곽재구는 '포구기행'에서 "순천만의 노을에 감동해 무릎을 꿇었다"고 했고, 소설가 김승옥은 '무진기행'에서 순천만의 안개를 소재로 신기루 같은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냈다. 2645만 m²의 광활한 갯벌과 231만 m²의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순천만을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2006년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 처음으로 람사르 협약(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각국의 협력으로 맺어진 조약)에 등록된 순천만은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최고 자연생태관광지가 되었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할 것 없이 몰려드는 인파로 소설 속 '무진'을 만난다는 것은 무리다. 한적하던 갯별이 유명 관광지가 되버렸으니 말이다. 30년 전의 얘기지만, 자전거 타고 짱뚱어 낚시 다니던 그 대대포구도.. 2013. 3. 7.
변산바람꽃이 풍년이네 여전히 메마른 산빛이지만, 숲은 완연한 봄빛이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 하연 속살을 드러낸 변산바람꽃이 환한 꽃불을 밝히고 있다. 역광에 빛나는 허연 속살이 아름답다. 눈이 부시다. . . . . . 흠뻑 취했다, 이 아름다운 여인들을 두 번이나 만나고 왔다. 복이 터졌다. 2013. 2. 28.
[경상남도 하동] 평사리에, 봄 아침은 겨울, 한낮은 봄이다. 볕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다. 평사리에 다녀왔다. 취재차 간 김에 흙냄새를 맞고 왔다. 파릇한 보리 새싹이 돋고, 매실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 악양평야 한가운데 부부 소나무. 언제인가 부터 사진작가들에 의해 그렇게 불린다. 저 소나무 주변에 3월 말부터4월 초 쯤이면 붉은 융단이 깔린다. 자운영 꽃이다. 대개는 평사리를 지나 최참판댁으로 바로 향한다. 하지만 악양평야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는 한산사에 올라야 한다. 오랜만에 갔더니 전망대도 생겼다. 비가 그치면서 산안개가 춤을 춘다. 산마을 풍경이 정겹다. 매화꽃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남도 한번 다녀온 것만으로도 충전이 된다. 이즈음의 남도는 비타민이다. 2013. 2. 24.
[강원도 영월맛집] 선돌과 장릉보리밥 정선 가는 길이다. 좀 더 빠른 길이 있지만, 영월을 지나는 느린 길을 택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서강의 '선돌'을 둘러 보고,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장릉 보리밥집에 들러 강원도의 맛을 느꼈다. 영월을 기준으로 동쪽에서 흘러 온 강을 동강, 서쪽에서 흘러 온 강을 서강이라 한다. 동강은 이미 소문난데로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니, 마지막 비경이니 하는 화려한 수식어가 많다. 물론 10년이 넘은 얘기지만, 동강댐 건설 논란이 한창이던 시절에 나온 얘기지만 말이다. 그후 동강은 참 많이 변했다. 줄배가 다니던 강에 다리가 놓이고 국적없는 건축물들이 들어섰다. 걷는 자들 보다 래프팅 보트를 타고 강을 유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에 반해 서강은 특별히 변한게 없는 것 같다. 본래 동강을 남성적인 강, .. 2013. 1. 17.
[전라남도 곡성] 섬진강, 그리고 보성강 건너 태안사 압록국민학교를 다녔다. 압록강이 아니고, 전라남도 곡성군 오곡면 압록리에 있었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학교다. 학교 바로 옆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전라선 철도와 17번 국도가 지나는, 요즘 꽤 잘 나가는 동네다. 섬진강 기차마을 때문인데, 기차든, 자동차든 그냥 타고 지나가기만 해도 근사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때는 몰랐다. 내 고향이 그렇게 멋진 곳인 줄은. 국민학교 4학년 때 전기가 들어오고 도로가 포장되었다. 근동에서는 큰 마을로, 지금으로 치자면 시내 소리 들을 만 한 곳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전라선 기차역이 있어 서울도 가고, 여수도 가고 그랬다. 요즘 같으면 교통의 요충지 소리도 들을 만 했다. 간만에 고향 나들이를 했다. 섬진강과 보성강을 건너 태안사까지. 아, 태안사는 내가 태어 난 곳.. 2013. 1. 11.
[경상북도 경주] 뜬금없는 여행, 경주 양동마을 일이 아닌, 여행을 했다.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 지난 여름 이후 편안하게 여행을 했던 기억이 없다. 그래서 여행이다. 눌산이 가장 좋아하는 포항 선류산장을 다녀왔다. 동동주 한 잔에, 구들방에서 자고, 계획에 없던 경주 양동마을 마실도 다녀왔다. 사실 여행은 무계획이 좋다. 미리 계획했다면 관광이라 할 수 있으니, '그냥' 떠나는게 여행 아니던가. 가을볕이 따갑다. 바람은 차지만, 설렁설렁 동네 한 바퀴 돌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양동마을은 1984년 12월 20일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문화제(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되었다. 경주 북쪽 설창산에 둘러싸인, 경주손씨와 여강이씨 종가가 500여년 동안 전통을 잇고 있는 유서 깊은 반촌(班村) 마을이다. 전통 민속마을 중에서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2012. 10. 29.
사람과 산 사이에... 선류산장 그 산에 사람이 있고, 오미자 동동주가 있단다.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조합 아닌가. 딱 세 시간이면 달려 갈 수 있는 길이다. 경상북도 포항. 포항이지만 바다가 없는 산골에 선류산장이 있다. 칫솔 하나 달랑 들고, 가볍게 떠난다. 여전히 뜬금없는 여행을 한다. 뜻근뜻근한 구들방에서 등 지지고 잤더니, 늦잠을 잤다. 늦잠 잔게 당연한거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다. 다시, 그 햇살에 등 지지고 아침 커피만 두 잔 째다. 산장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산국향이 진하다. 이 방에서 잤다. 울퉁불퉁한 방바닥이 오히려 편한, 구들방이다. 황토에 담쟁이가 붉게 물들었다. 수십 번 만난 풍경이지만, 언제나 새롭다. 니들 뽀뽀하는구나?^^ 똑딱이 덕분에 아침 한나절 잘 놀았다~ 선류산장 -> http://www.sunr.. 2012. 10. 24.
가을비, 아침 사람도 나이가 들면 몸에 이상이 생기듯 이 집도 마찬가집니다. 외부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수도 밸브가 노후해 누수현상이 일어난 것이죠. 면사무소 수도 담당자에게 전화했더니 정확히 20분 만에 출동했습니다. 어젯밤 얘깁니다. 날이 어두워 공사가 끝나는 바람에 제대로 확인도 못했는데, 일찍 일어나 확인해야지 했지만 먼저 눈이 간 것은 간밤에 내린 비 였습니다. 비에 젖은 '가을' 말입니다. 촉촉한 땅바닥에 나뒹구는 낙엽이 더 멋졌으니까요. 산골에 살 자격이 되나요?^^ 단풍이 제대로 들면, 그리고 비가 내리면 더 멋집니다. 아마 이 적상산 자락에 살면서 가장 멋진 풍경이 가을비 내린 아침이었을 겁니다. 설렁설렁 동네 한바퀴 돌아봅니다. 수도 문제도 급하지만, 이 가을을 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비바람에 약했나.. 201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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