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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여행

금강의 물뿌랭이(발원지) '뜬봉샘'

by 눌산 2008.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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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장수군 신무산(895m) 자락에 자리한 뜬봉샘은 금강 천리 물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들목은 수분재.


한국의 5대강인 금강(錦江)과 섬진강(蟾津江)이 나뉘는 곳으로
이 수분재를 기준으로 북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이 되고, 남으로 흐르는 물은 섬진강으로 흘러든다. 금강의 첫마을 또한 수분리(水分里). 옛 지명은 ‘물뿌랭이’ 마을이다. ‘물의 뿌리’라는 뜻으로 오래전부터 불려 온 지명. 

이곳 뜬봉샘에서 출발한 금강은 전북 장수-무주-충남 금산-충북 옥천을 거쳐 대청댐에서 여러 물줄기를 받아들인다. 특이한 것은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는 점. 물길은 다시 충남 공주와 부여, 서천의 너른 들을 적시고 군산에서 서해바다를 만난다.

남에서 북으로, 다시 동에서 서로, 장장 천리길을 떠나는 금강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19번 국도 남원-장수 구간에 있는 수분령 휴게소 맞은편 마을이 물뿌랭이 마을(수분리)이다.







수분리 마을 정자.







수분공소.







천주교 신자를 탄압했던 신유(辛酉)·기해(己亥)·병인(丙寅)박해 때 팔도를 휩쓴 검거망을 피해 신도들은 산속으로 숨어들게 된다. 신유박해 때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갈라지는 고갯마루에서 방황하던 일단의 교도들은 정착조건에 맞는 땅을 발견한다. 산등성으로 둘러싸여 넘나드는 고갯길에서 보이지 않고 화전을 가꿀 완만한 비탈이 있으며 연중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 땅. 지금의 수분공소가 들어 선. 바로 남원에서 장수(長水)로 넘어가는 수분재 수분리다.







그렇게 200여 년 전 숨을 곳을 찾아 든 천주교도들이 수분리에 정착하게 되는데, 신앙을 숨기며 믿어온 이들의 은폐신앙 관행이 적지 않았었다. 일제 강점기만 해도 신도집의 토방에는 손바닥만 한 종잇조각이 나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를 들추어 보면 먹으로 십자가가 그려져 있기 마련이었다. 성물단지로 통하는 바가지 통이 처마 밑에 매달려 있었고 이 속에 십자가나 묵주, 필사 주기도문 등 신도로서의 증거물을 은폐하는 바가지 통이 박해가 끝난 지 오래인데도 관행으로 남아 있다한다.







마을 안길을 따라 뜬봉샘 가는 길.







마을안 우물, 금강의 시원답게 물 맛이 좋다.







마을에서 뜬봉샘까지는 2.5km. 자동차로도 갈 수는 있지만(좁고 위험한 구간이 많다.) 쉬엄 쉬엄 걸어도 40분이면 충분하다.







인동초, 걷다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꽃도 만난다.







으름 열매, 꼭 애기 바나나같다.







뜬봉샘 입구 표지판







엉겅퀴







꿀풀







숲길에는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파란 하늘이 반긴다.


 

뜬봉샘은 태조 이성계와 얽힌 설화가 있다.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얻기 위해 전국 명산의 산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으려고 먼저 팔공산(신무산)에 들러, 신무산 중턱, 아담한 곳에 단(壇)을 쌓고 백일기도에 들어 갔다. 백일째 되는 날 새벽에 단에서 조금 떨어진 골짝에서 오색 찬란한 무지개가 떠오르더니 그 무지개를 타고 봉황새가 하늘로 너울너울 떠가는 것이었다. 봉황이 떠가는 공중에서는 빛을 타고 아련히 무슨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들어보니 새 나라를 열라는 천지신명의 계시가 귓전을 스친 것이다. 이성계는 정신을 가다듬고 무지개를 타고 봉이 뜬곳을 가 보았다. 그곳에는 풀섶으로 덮인 옹달샘이 있었다. 이성계는 하늘의 계시를 들은 단(壇堂)옆에 상이암(上耳庵)을 짓고, 옹달샘물로 제수를 만들어 천제를 모셨다 하며, 옹달샘에서 봉이 떴다고 해서 샘이름을 ‘뜬봉샘’이라고 했다는 것.




 



멀리 금남호남정맥 장안산이 보인다. 그저 흔해 보이는 작은 우물에 지나지 않지만 장쾌한 산줄기가 두르고 있어 천릿길 금강의 첫발을 내딛는 뜬봉샘이 예사롭지 않아보인다. 

장수군에서는 이곳 뜬봉샘 일원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라고 한다. 생태공원을 만들고,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고, 아마 조만간 북적북적해질 모양이다.

뜬봉샘을 처음 찾은 건 7년전이다. 그땐 표지판도 없었고, 겨우 겨우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작은 나무간판 하나 달랑이었는데, 다듬어진 지금보다 더 신비스러워보였다.


앞으로, 본격적인 개발이 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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