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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덕분에 갈치나 조기 같은 생선은 많이 먹고 자랐다.
대신에 돼지고기는 1년에 한 두번, 마을에 잔치가 있거나 아주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고.
아궁이 잔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었던 군산 먹갈치 맛은, 아마도 죽어서도 보기 힘들 것이다.
세상이 변했다고, 음식 맛까지 변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구례에는 맛집이 많다. 소문난 집만 해도 손가락 열 개가 모자란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어 옛부터 먹을거리가 풍성했을 것이다.
한 달 전에 우연히 이 집 앞을 지나다 자리가 없어 나오는 손님들을 보고
"이 집은 무조건 맛있는 집이다."고 단정하고 들어갔지만
자리가 없어 맛을 보지 못했다.
어제, 다시 찾았다.
메뉴가 단순하다. '꾸고 지지고', 갈치구이와 갈치 조림이란 얘기다.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만큼 허름한 집이다.
노란 주전자에 보리차도 소박하다.
분위기 만으로도 맛있는 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오랜 경험에서 얻은 결과다.
음식은 차례대로 나온다.
먼저 갈치조림이 가스불에 올려진다.
정확히. 갈치탕이다.
국물이 없는 조림과는 다른 것이다.
남도에서는 조림보다는 적당히 국물이 있는 이런 탕을 먹는다.
물에 빠진 갈치를 건져보았다.
오동통한 살결이 부드러워 보인다.
속살은 더 부드럽다.
밑반찬이 차려지고 다음으로 나온 '꾸고'의 주인공, 갈치구이다.
연탄불에 구워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튀겨서 나온다.
약간 실망했지만. 맛은 옛맛 그대로다.
밑반찬은 유채 이파리 무침을 제외하고는 평범하다.
나중에 누룽지에 먹는 묵은지 맛이 일품이다.
갈치탕 국물에 밥을 쓱쓱 비벼먹는 맛이 어릴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다.
조미료 맛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인공 갈치보다 무우와 감자가 더 맛있다.
마무리는 가마솥에서 득득 긁은 누룽지다.
배가 터질 것 같다.^^
'꾸고 지지고'는 양이 많다.
갈치탕만 시켜도 충분 할 만큼.
갈치탕만 시켜도 좋을 것 같다.
이 집 갈치요리의 진수는 갈치탕에 있으니까.
<영실봉 식당> 구례 우체국 골목에 있습니다.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영실봉, 한라산의 그 영실봉?
주인 아주머니가 제주도에서 시집왔나 보다.
물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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