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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반시의 고장 청도에서 만나는 만추(晩秋)

by 눌산 200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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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반시의 고장 청도에서 만나는 만추(晩秋)
[코레일-내일신문 기획연재]기차로 떠나는 8도 여행
청도의 가을은 깊고도 짧다. 반시의 고장답게 마을마다 노랗게 익어가는 감이 붉은 단풍 못지 않은 아름다운 빛깔을 뿜어낸다. 가을이 저물기 시작한 즈음 청도에서는 바스락 거리는 낙엽 구르는 소리로 가득하다. 영화 ‘만추(晩秋)’에서 바바리코트를 입은 김혜자의 쓸쓸한 뒷모습을 기억한다면, 열차 타고 호젓한 만추를 만끽할 수 있는 청도에 가보자.
붉은 감나무로 쌓인 남성현역

한 폭의 영화 같은 운문산 & 운문사

청도는 운문산(1,118m)을 위시한 가지산, 신불산, 천황산, 재약산, 간월산, 취서산, 고헌산이 형성한 거대한 영남알프스의 해발 1,000m 급 일곱 봉우리가 있다. 그 덕분에 청도의 가을은 빨리 찾아 오지만, 또 그만큼 급하게 떠난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을 만나기 위해서는 운문사가 제격이다. 호랑이가 다리를 뻗고 기지개를 켜는 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호거산으로도 불리는 운문산 자락 깊숙이 자리한 운문사에 들어서면 먼저 거대한 소나무 군락이 반긴다. 호젓한 산사 여행의 첫 관문이다. 노송 군락 지대를 지나 일주문에 이르면 낙엽더미가 곱게 깔린 영화의 한 장면이 기다린다.
반듯한 담장 너머 절집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길바닥에 널린 낙엽더미 위를 걷고 뛰는 중년의 여인은 어느새 소녀가 된다. 30년 전 곱게 빗어 넘긴 갈래머리 소녀는 한 줌 낙엽을 바람에 날리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든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인 운문사는 560년(신라 진흥왕 21)에 신승(神僧)이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고려 때 일련이 사년간 머물며 삼국유사 집필에 착수 했다고 알려진 운문사에는 교육과 연구기관인 운문승가대학이 있는 비구니 사찰이다. 그래서일까, 단풍철 행락객들에게는 어울리는 않는 고즈넉한 분위기는 여느 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낙엽 쌓인 운문사 돌담길 따라 관광객들이 때늦은 단풍과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범종루를 거쳐 경내로 들어서면 사방이 탁 트인 조선조 목조건물 만세루와 천연기념물 제 180호로 지정된 ‘처진소나무’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유명세만큼 절집의 규모도 크다. 30여 동의 전각이 자리하고 있지만 여느 시골마을 같은 오밀조밀한 가람 배치가 단정한 느낌을 준다.

숲이 주는 아늑함을 간직한 곳, 운문산 자연휴양림

운문사를 돌아 나와 운문산 자연휴양림 가는 길엔 깊은 협곡이 펼쳐진다. 산과 산 사이 빨랫줄을 걸어도 될 만큼 협착한 골짜기는 사시사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벼랑 위에 우뚝 선 노송이 늦은 햇살에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산림청과 전국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은 마니아층이 생겨 날 정도로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된지 오래이다. 숲 한가운데 통나무집은 나만의 공간이 되고, 번잡하지 않는 산길을 고요히 만날 수 있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숲이 주는 아늑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휴식처가 된다.
상운산과 가지산이 두룬 운문령 아래 자리한 휴양림 내에는 높이 20미터의 용미폭포와 그냥 떠 마셔도 좋을 만큼 맑고 투명한 계곡을 끼고 있고 숲 탐방로와 등산로가 사방으로 이어져있다. 숲속의 집과 산림휴양관, 야생식물 관찰원, 수목터널, 숲속 수련장 등의 시설이 있다. 언양으로 넘어가는 2.5km 거리에 있는 운문령에 서면, 동해안의 해맞이도 즐길 수 있다.
청도 '감와인'은 어떤 맛일까?


와인터널에서 즐기는 청도 ‘감와인’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 산자락에 위치한 와인터널은 2년 전부터 와인 숙성저장고와 카페로 활용되고 있는 기차 터널이다. 사계절 평균 온도가 13-15도를 유지하고 있어 숙성저장고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 이 터널은 본래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에 일제에 의해 완공 된 구 남성현 터널로, 1905년부터는 경부선 열차가 운행되던 곳이다. 경사가 급한 산 중 턱에 자리한 구조적인 문제로 1937년 새로운 터널이 완공 되면서 방치되던 것을 지난 2006년부터 와인저장고로 사용하고 있다. 완공 된 지 100년이 넘은 터널은 원형 그대로 와인저장고와 와인카페가 되었는데, 붉은 벽돌로 쌓은 천정과 자연석을 두룬 벽면은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있는 그대로가 훌륭한 인테리어가 된 것. 터널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빼곡히 쌓인 와인 병이 눈에 들어온다. '감그린'이란 상표를 붙인 청도 감와인이다. 터널 입구 또한 마을 골목길을 지나야 만날 수 있어, 터널 안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버려진 터널을 활용한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도심 카페 못지 않은 근사한 분위기의 와인터널에서는 즉석에서 와인 맛을 볼 수가 있고, 구입도 가능하다.

글 사진_최상석(ozikorea@hanmail.net)

 

- 여행 정보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KTX를 이용한 후, 청도역까지 일반열차(새마을호·무궁화호)로 환승하면 된다.  서울역-청도역 약 4시간 30분 소요. 부산역-청도역 약 1시간 소요.


동대구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면 주변관광지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 있어 편리하다. 코레일 멤버십 회원이나 KTX 이용객은 최대 4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동대구역 금호렌터카 053-616-8000)


대구 남부터미널에서 운문사까지 1시간 20분 소요(07:40~19:00 1시간 간격으로 1일 20회 운행).

청도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운문사까지 하루 10회 버스가 운행하며, 약 1시간 소요된다.


대구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 자연휴양림까지 1일 5회(06:10, 07:25, 10:00, 13:10, 16:00) 운행하는 직행버스가 있다(약 1시간 40분소요). 다시 운문사에서 언양행 버스를 타고 휴양림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호젓한 숲속 통나무집의 하룻밤을 원한다면 운문산 자연휴양림(054-371-1323)이 좋다. 온라인 사전 예약은 필수.

(숲속의 집 이용안내) 비수기 주말 기준 4인실 55,000원, 5인실 70,000원

(산림 휴양관 이용안내) 비수기 주말 기준 4인실 55,000원, 6인실 85,000원, 11인실 110,000원


와인터널(054-371-1904)은 미리 예약하면, 와인시음과 저장고 견학, 그리고 식사도 가능하다. 청도역에서 송금리행 버스로 15분소요. 영업시간 09:30-20:00.


- 우학선 청도역장이 추천하는 맛집

청도역에서 와인터널 가는 길목의 화양읍 진라리의 청도 참한우식당(054-373-9898)은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집으로 가격이 싸고 맛이 좋기로 소문 나 있다. 모듬구이 200g 13,000원, 육회 300g 1,5000원.

운문사 입구의 부일가든(054-371-4957)은 26년 된 집으로 민물고기 조림과 고소하고 뼈째 씹히는 맛이 일품인 도리뱅뱅이로 유명한 집이다. 한번 튀겨서 매운 양념을 입힌 도리뱅뱅이는 부드럽고 맛이 연해 민물고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민물고기조림 30,000원, 도리뱅뱅이 25,000원.


- 문의

열차이용문의 : 코레일 홈페이지(www.korail.com)

청도여행문의 : 운문사(www.unmunsa.or.kr)
                      운문산 자연휴양림(www.huyang.go.kr)
                      청도 와인터널(www.gamw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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