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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은 전라남도 곡성 동리산 자락 태안사입니다.
그럼. 중2세요?^^ 아뇨. 워낙 귀한(?) 아들이라 부처님 곁에서 태어난 것 뿐입니다.
각설하고.
어릴적부터 절은 절하는 곳이다.라고 배웠습니다. 걷기 시작하면서 부터 108배를 했으니, 절 하나는 똑소리나게 잘 합니다.^^
지금의 태안사 매표소 앞집이 제 생가입니다. 어머니를 따라 태안사까지 걸어 다녔던 기억이 많습니다. 외할머니 댁이 지금의 태안사 부도탑 옆이라 더불어 무던히도 다녔던 길입니다. 그 길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 한가집니다. 먼지 폴폴나는 비포장 길에 사철 마르지 않는 계곡이 옆으로 흐릅니다. 봄이면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아주 아름다운 길이지요. 대부분의 절집 가는 길이 포장이 됐다지만 태안사 길은 그대로 남아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태안사 계곡
어머니가 불공을 드리는 동안 대웅전 마룻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절 마당은 전용 놀이터가 되곤 했습니다. 요즘처럼 절집을 찾는 여행자들이 거의 없던 때였으니까요.
어느날 갑자기 불사를 하고, 그 아름답던 나즈막한 배알문이 거창하게 새로 단장되면서 옛 풍경은 사라져버렸습니다. 다행이도 여름이면 발담그고 놀던 능파각만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태안사 능파각
누구나 고향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갈 수 없게 되었거나, 사라져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행복한 사람이지요. 아름다운 고향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아무때고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말입니다.
태안사 대웅전 옆 양지바른 곳에는 고목이 다 된 홍매 한 그루가 있습니다. 언제나 가장 먼저 꽃을 피우곤 합니다. 저 윗동네 살땐 이맘때면 저 홍매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가곤 했습니다. 아버지도, 아버지의 아버지도 그랬던 것 처럼 말입니다.
순천 금둔사 홍매 사진이 떴더군요. 봄이면 더 부지런해 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봄소식에 안달이 나서 참을 수 없겠지요.
저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꽃망울이 몇일 안았으면 꽃을 활짝 피울겁니다. 금둔사 홍매보다 보잘 것은 없지만 올 봄에는 태안사 대웅전 옆 늙은 고목에 핀 뽀얀 홍매의 아름다움에 한번 취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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