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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집

삼척 오지마을 하늘 아래 첫집

by 눌산 2014.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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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발견한 사진 한장을 보고 350km를 달려 갔다.

그곳은 강원도 삼척이다.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영동과 영서가 나뉘는 지형적인 특성상 산골마을이 유독 많은 곳이다.

 

직업 여행가인 눌산은 어떤 풍경에 반해 여행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여행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기에, 사람이 살지 않는 자연은 생명력이 없다고 느꼈다.

우리들이 흔히 얘기하는 '오지' 역시 사람이 살고 있느냐가 기준이라는 얘기다.

결국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눌산이 반한 사진의 풍경은, 산꼭대기 넓은 초원 한가운데 낡은 토담집과 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살구나무 한 그루가 전부였다.

 

 

 

350km를 달려가게 한 사진이다.

100년이 넘은 토담집과 넓은 둔덕 위의 살구나무.

사진으로는 다 표현이 안되는 풍경이다.

어둠이 내린 후에 안 얘기지만,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멀리 바다도 보이는 독특한 지형이다.

 

 

 

 

 

 

카페에 소개 된 찾아가는 길을 한참을 들여다 봤다.

지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눌산은, 특히 이런 산골여행을 할때는 네비게이션이 먹통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한창 오지여행을 할때, 언젠가 한번은 지나갔던 곳이다.

그때는 대부분 비포장도로였지만, 요즘은 그런 길 찾기 힘들다.

대신, 허리를 90도로 꺾어야 할 만큼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간만에 4륜 기어를 넣고, 산을 오른다.

우측으로는 간담을 서늘케하는 넝떠러지다.

하지만, 손에 땀이 날 만큼 핸들을 움켜쥐게 만든 것은, 좌로 우로 서너번인가 굽은 코너였다.

길이 좁아 한번에 치고 올라가지 않으면 후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며 내려다 본 풍경이다.

우리집 앞마당 보다 훨씬 좁은 논과 밭이 펼쳐진다.

그 사이사이에는 서너집의 민가가 더 있었다.

 

 

 

 

 

 

3km 남짓한 거리를 단숨에 치고 올라왔다.

사진에 보던 그 산꼭대기 토담집이다.

 

차를 타고 올라왔는데 왜 내가 목이 마르지?

 

 

 

 

 

 

이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참 궁금했다.

대한민국 오지란 오지는 다가봤다는 눌산이지만, 이런 지형에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으니까.

 

 

 

 

 

 

이곳은 '새터'라는 지명을 갖고 있다.

부부는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100년이 넘은 토담집은 민박을 친다.

새터지기는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할아버지 때부터 살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10여 년 동안 자신의 안목으로 가꾸고 있다.

살구나무를 살리기 위해 무진 애를 쓴 흔적도 곳곳에 보인다.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은 꽃을 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새터지기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새터지기는 살구나무가 있는 둔덕이 없었다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그것은 동해바다에서 곧바로 불어오는 바람을 바로 이 둔덕이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이 터에 집을 지은 조상들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드라마나 영화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 알려지면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오직 소수의 민박 손님들에게만 개방하고있다.

 

사실 눌산도 처음에는 잡지 취재를 위해 연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새터지기의 마음을 전해듣고 포기했다.

대신 아무 목적없이 하룻밤 다녀오고 싶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충만함이다.

허기진 배를 채운 후의 포만감과 무엇하나 걸치지 않은 홀가분함이 느껴진다.

이건, 자연이 주는 축복이다.

 

 

 

 

 

 

한겨울이었다면 절절 끓는 아랫목에 스며 들었겠지만, 가슴 속을 뻥 뚫고 지나가는 바람을 만났다.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저 가만가만 걷다, 멍하니 앉아 오락가락하는 구름을 본다.

 

 

 

 

 

 

100년 된 행랑채에 누워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될 줄이야.

 

 

 

 

 

 

 

 

 

 

 

 

 

 

 

 

 

 

구름 사이로 달이 떠오르고, 멀리 바다의 불빛이 보인다.

 

 

 

 

 

 

다음날 아침, 다시 살구나무 아래로 간다.

산중의 고요를 원없이 즐긴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내년 이맘때쯤 다시 살구나무를 만났으면 좋겠다.

아니, 계절에 한번 정도라면 더 좋겠지.

 

 

 

 

 

 

새터를 찾은 날 부부는 밭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도 역시.

부부는 2천평에 달하는 농사를 모두 유기농으로 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했다.

 

 

 

 

 

 

지난 겨울, 처마끝까지 쌓인 눈때문에 우울증이 걸릴 뻔 했단다.

그래서 하얀색만 보면 진저리가 쳐진다고.

상상이 안되지만, 어마어마한 눈 때문에 새터에서는 사진의 저 설피가 필수다.

 

 

 

 

 

 

이곳은 손님들을 위한 차방이다.

취사가 가능하고, 차와 술을 마시는 공간이다.

 

 

 

 

 

 

 

 

 

휴가시즌 전에 마지막 여행을 했다.

안동과 영덕, 삼척, 봉화의 속살을 헤집고 다녔다.

아마 한 천 킬로쯤 탄 것 갔다.

가뭄이라지만, 철철 넘치는 계곡과 드넓은 고랭지 채소밭, 산비탈에 달라 붙은 오지마을의 토담집, 요염한 금강송의 자태를 만났다.

 

가끔은 이렇게 한바퀴 돌고와야 속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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