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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꽃

금강 길 걷다 만난 '할미꽃'

by 눌산 2016.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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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은 양지바르고 오래된 묘지 주변에서 잘 자란다. 실제로도 그런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꽃으로 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보송보송한 솜털이 온몸을 감싼, 검붉은 속살에 꽃자주색 할미꽃의 자태는 가히 매혹적이다.

 

할미꽃이 묘지 주변에 잘 자라는 여러 이유가 있다.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고, 키가 작아 다른 식물로 인해 그늘이 지면 번식에 어려움도 있다. 그런 면에서 묘지는 그늘이 없고 탁 트여 있어 잔디 속에 뿌리를 내리고 번식하기에 좋은 것이다. 또한 할미꽃은 석회성분을 좋아한다. 일종의 호석회 식물인 것. 아시겠지만, 묘지 봉분을 만들 때 무너짐을 방지해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석회가루를 섞는데, 묘지는 할미꽃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금강 변에서 할미꽃 군락을 만났다. 모래와 자갈이 적당히 섞인 강변에 축구장 넓이로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그동안 할미꽃은 묘지 주변에만 자라는 줄 알고 있었는데, 이런 강 주변 환경도 좋아하나 모양이다. 아니면 탁 트인 강변의 정취에 반해 자리 잡은 것 일 수도…….











이 길은 이따금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오다가다 만나는 할미꽃이 반가울 것 같다. 할미꽃 역시 오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겠지. 아니면 멀리 떠난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낼 수도 있겠다.








우리 꽃을 알면, 우리의 문화를 알 수 있다. 그렇다. 흔히들 이름 없는 꽃이란 말을 자주하는데, 이 땅에 자라는 모든 꽃은 다 자기 이름을 갖고 있다. 크기와 모양, 또는 전설 등 야생화 이름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온갖 이야기의 집합체가 바로 우리 꽃이다.












할미꽃에 전해져오는 전설


<아주 먼 옛날 어느 산골마을에 어린 두 손녀를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할머니가 있었다. 손녀들은 자라서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언니는 얼굴이 예쁜 덕에 이웃마을 부잣집으로, 동생은 아주 먼 곳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가까이 사는 큰 손녀는 할머니를 늘 구박하고 소홀히 대했다. 할머니는 마음씨 착한 작 은 손녀가 그리워 해짧은 겨울 길을 나섰지만 손녀가 사는 마을이 가물가물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에서 허기와 추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작은 손녀는 자기 집 뒷동산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를 고이 묻었는데, 이듬해 봄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 한포기가 나와 할머니의 구부러진 허리처럼 땅을 딛고 진홍빛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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