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뜬금없는 여행

시라카와고(白川郷)

by 눌산 2018. 2. 24.

 

 

 

어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났다.

첩첩산중이었고. 지붕이 뾰족하고 높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고. 추웠고. 처마밑까지 눈이 쌓여 주로 방안에 있었고. 방에는 큰 화로가 있었고. 외삼촌은 토끼를 거의 매일 잡아 왔고. 외할아버지는 매일 나무를 했다.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큰 도시라는 나고야란다.

이 정도가 어릴 적에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의 전부이다.

외할아버지 가족은 해방된 해 고향 순천으로 돌아왔다. 어머니 나이 아홉 살 때.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나고야를 거쳐 시모노세키까지 한 달이 걸렸고. 그곳에서 부산행 관부연락선을 탔다고 했다.

 

 

이곳은 시라카와고(白川郷)이다. 나고야에서 다카야마를 지나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했다. 시라카와고는 일본 전통가옥촌으로 어머니가 얘기했던 모습과 가장 흡사한 곳이다. 어머니의 흔적은 알 수도 찾을 수도 없다. 대신, 그곳에 머무는 내내 어머니 생각을 했다.

애초에 어떤 기대도 할 수 없었다. 기억만으로는 그려지지가 않았다. 이곳에 와서야 그랬구나, 했다. 내 어머니가 유년기를 보냈던 산과 강과 들이다. 눈앞의 풍경이 짧은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어릴 적 당신에게 들었던, 채 한 줄이 안되는 이야기들. 이제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산지와 고원, 구릉이 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기후현 시라카와고(白川郷)는 험준한 히다 산맥의 남쪽 끝자락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에 맞는 독특한 형태의 지붕이 이색적이다. 백여 동에 이르는 갓쇼즈쿠리(合掌造) 전통 가옥이 잘 보존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뜬금없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처님 오신날, 보석사  (1) 2018.05.2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버스정류장  (1) 2018.03.31
시라카와고(白川郷)  (7) 2018.02.24
겨울 산  (1) 2017.11.20
늦가을 배롱나무  (3) 2017.11.12
보은 소싸움대회  (0) 2017.10.19

댓글7

  • 펑펑 눈 나무 2018.02.25 00:30

    엄마 ...
    '오겡끼데스카~~'
    들리세요?
    답글

  • 2018.02.26 11:06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bosim.kr BlogIcon 보심 2018.02.26 15:46 신고

    우와 설경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교토 여행을 앞두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초등학교 5학년까지 교토에서 사셨데요. 제가 어릴 때 그 얘기를 꽤 들었던 터라, 이번 여행을 앞둔 기분이 묘합니다.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가는 여행이라니. 골목골목 깃든 어릴적 기억을 할아버지에게 묻고 싶은데 몇해 전부터 치매를 앓으셔서 아쉽습니다.
    말이 길었지만 힐링 여행이셨네요 :)
    답글

  • Favicon of https://sideshoot.tistory.com BlogIcon 시월구일 2018.02.28 15:47 신고

    몇해전 이곳을 거쳐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에 다녀온 기억이 납니다.
    신비스럽기까지 했었는데 한겨울 풍경을 보니 정말 동화속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지붕형태는 눈이 너무많이 오는 지방이고 목조건물인지라 폭설에 잘 무너져서 낙차를 크게 했다고 들었습니다.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언덕에 올라 보았던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멋진 풍경 정말 잘 보았습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nulsan.net BlogIcon 눌산 2018.02.28 18:15 신고

      네 맞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 특성때문에 저런 모양의 집구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남쪽과 북쪽의 가옥구조가 다른 것도 그런 이유겠죠.

  • 이지원 2018.03.03 21:20

    어머니, 아홉살 작은 소녀가
    사진 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듯 합니다.
    이 글 읽고
    오늘 먼 길
    어머니 산소에 다녀왔어요.
    잘 못한 것만 기억나고...
    언제 쯤 눈물없이 엄마를 추모할 수 있을까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