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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무지 무지 촌스러운 강, 완주 고산천

by 눌산 2008.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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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흐르는 강이 있습니다. 무지 무지 촌스러운 모습으로 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알 수 없을 만큼 느려터졌습니다. 그렇습니다. 강이 느려야지요. 하지만 요즘 강이 어디 그렇습니까. 제단을 하듯 반듯하게 제방을 쌓고 강바닥은 가마솥 누룽지 긁어 내 듯 박박 긁어 버리지 않습니까. 다 이유야 있겠지요. 홍수를 예방하고 치수 관리 차원에서 그렇겠지만. 한번 건드린 강은 제모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악순환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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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강을 보고 있자니 영락없는 백수의 걸음걸이를 닮았습니다. 하릴없이 마냥 걷고 싶은 제방 길이 길게 이어집니다. 한낮 더위를 피해 물 속으로 풍덩 몸이라도 던지고 싶은 날이면. 저 고산천이 생각납니다. 안수산(554m)과 서방산(612m), 운암산(597m)이 빙 둘러 고산면소재지인 읍내리를 감싸고 있고, 산과 산 사이를 강은 느리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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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천이 흐르는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일대는 전라북도의 허파와도 같은 곳입니다. 그만큼 청정지역이라는 얘깁니다. 만경강의 상류로 일단 산이 많고 골짜기가 많습니다.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가득합니다. 물 좋은 동네 어디라도 흔히 만날 수 있는 풍경이지만. 고산천은 특히 강수욕장으로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다리밑에는 어김없이 평상이 펼쳐져 있고, 빼꼼한 그늘이라도 있으면 삼삼오오 모여 있는 피서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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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라고 하기엔 강폭이 좁고, 계곡이라고 하기엔 멋대가리 하나 없는 촌스러움이 가득합니다. 마을을 이어주는 잠수교는 비가 많이 오면 어김없이 잠기게됩니다. 영락없는 어릴적 강 모습이지요. 저런 강에서 자랐습니다. 다슬기도 잡고 아이들과 떼를 지어 고기를 잡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변해도 강은 변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결국 사람이 그렇게 만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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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지만. 고산천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바로 저 수초에 있습니다. 모래톱과 수초섬은 강의 유속을 조절해 주는 역활을 합니다. 유속이 빠를 수록 큰비가 내렸을때 피해가 큽니다. 제어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없는 셈이죠. 모래톱과 수초는 바로 브레이크인 셈입니다. "물은 제 골로 흐른다."는 어느 어르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강에도 길이 있다는 얘기지요. 제방을 쌓고, 강 바닥을 긁어내도 결국 제 길을 찾아 흐른다는 얘깁니다. 태풍 매미나 루사때 큰 피해를 입은 현장을 가봤습니다. 모두가 사람의 손길이 거쳐간 곳들이었습니다. 비가 그친 후 강은 본래 그 자리로 흐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인위적으로 강의 흐름을 바꾸어도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 흐르더란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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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 표현이 잘 안됐지만 저 수초 사이에는 어리연꽃 군락이 있습니다. 망원으로 사정없이 땡겼어야 하는데. 아쉽지만 눈으로 마음만 담아왔습니다. 풀이 너무 우거져 강 가까이 접근도 어렵고요. 강 그 자체로 하나의 공원입니다. 인위적으로 꾸민 강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죠. 자연스럽게 치장한. 어느 누구도 감히 만들 수 없는 최고의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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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천의 끝에는 대아수목원이 있습니다. 금낭화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죠. 적당히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잘 조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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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고산천이 흐르는 고산면 읍내리는 전주역에서 10여분 거립니다. 대전방향 17번 국도를 타고 고산면 소재지인 읍내리로 접어들면 가까이에서 고산천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강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적당히 쉴 만한 곳들이 많습니다. 고산면소재지에서 2-3km 거리에 고산 자연휴양림이 있고, 대아저수지를 지나 대아수목원으로 이어집니다. 한나절 놀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죠.

완주군청 http://www.wanju.go.kr/   
고산 자연휴양림
http://tour.wanju.go.kr/rest/index.asp 



한바탕 소나기가 내리더니 새들의 합창이 시작되었습니다. 참 신기하죠. 비가 그칠만 하면 새들이 울어대니 말입니다. 비가 올때도 새소리가 들리면 아! 비가 그치는구나.하고 생각하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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