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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숲에서 찾은 희망, 장성 편백나무 숲

by 눌산 2009. 4. 2.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과 이 땅 마지막 원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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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다. 더불어 편안함과 함께 마음 또한 너그러워진다. 숲에 따라 붙는 수식어들 대부분은 ‘어머니 품속‘ 같은 따스함이 묻어난다. “내일 뭐하지?” 따위의 근심걱정은 어느새 숲에 묻히고 만다.


숲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나무가 내뿜는 휘발성 향기)에 있다. 아침 햇살이 숲으로 찾아드는 시간이라면 그 향이 코를 찌른다. 아토피나 알레르기에 좋다는 피톤치드에 박하처럼 머리가 맑아진다.


숲은 지금 봄맞이가 한창이다. 채 한 뼘이 안 되는 작은 풀꽃이 여기저기서 솟아나고 있다. 춘설에 촉촉이 젖은 몽실몽실한 흙을 밀고 올라오는 키 작은 풀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린다는 ‘봄까치꽃’, 보면 볼수록 앙증맞은 ‘광대나물’,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면 이파리가 노루의 귀를 닮은 ‘노루귀‘도 만날 수 있다. 눈이 부실 만큼 샛노란 빛이 숲을 환하게 비춰주는 ’복수초‘ 또한 이른 봄에 만날 수 있는 숲의 보물이다.


새소리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숲과 한 몸이 되어 있다. 숲의 마력에 빨려들었나보다. 하늘 보다 더 높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나무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다.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없이 걷고 싶은 그런 길이다.


“…나는 끌어안은 나무에서 많은 평화와 위안을 얻습니다. 나무와 접촉하는 것은 우리와 나무 모두에 큰 즐거움을 주지요. 나무는 아름답고 우리 마음을 충전시켜 줍니다. 우리가 나무를 포옹하고 싶을 때 나무는 거절하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나무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무를 만지고 포옹하는 것과 같이 우리는 자신과 남을 열정을 가지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의 나무 예찬론이다.


인간에게 숲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경제적인 가치로 따진다면? 통계학적 수치는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함께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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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 편백나무 숲길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겸허해진다. 높고 큰 산 앞에서는 더더욱…  숲 한가운데 드러난 사잇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자연과 하나가 된 ‘나’를 만난다. 새삼 자연과 하나가 된 삶을 살아 온 조상들의 자연관을 떠올려 본다. 산을 오르는 일을 조상들은 등산(登山)이라는 말 대신 입산(入山)이란 표현을 썼다고 한다. 조금은 이해가 될 듯하다. 등산과 입산, 따지고 보면 별반 차이 없는 같은 말 같지만 그 의미는 크다고 하겠다. 등산이 산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라면, 입산은 조상들의 자연에 대한 배려가 깊은 속뜻이 있으니 말이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허투루 여기지 않는 삶을 살아 온 조상들에게 있어 자연은 숭배의 대상이었고,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였다. 숭배의 대상 자연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삶의 터전과 양식을 제공했다. 조상들이 그랬듯, 숭배의 대상이었던 이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꾼 한사람이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 뒷산은 한 치의 틈도 안보일 만큼 편백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산책을 위한 사잇길이 한줌 햇살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틈새다. 사잇길이 끝나는 곳에 세워진 표지판에는 조림가 임종국(1915~1987) 선생의 생애가 기록되어 있다.



1956년부터 축령산 자락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20여 년간에 걸친 그의 나무심기는 장성군  북일면, 북하면, 북이면 일대 600여헥타를 국내 대표적인 인공조림 성공지로 만들었다. 이 중 절반인 250여헥타가 금곡마을 뒷산이다. 춘원 임종국 선생이 평생 심은 나무는 279만 그루에 달한다. 주로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었다. 가진 게 없어 논밭을 팔았다. 나중엔 살고 있는 집까지 팔아가며 가족과 산속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덕분에 축령산 일대는 온통 편백나무 삼나무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키가 20∼30m나 되는 40∼50년생도 수백만 그루나 된다. 고개가 아파 올려다보기도 힘들다. 축령산 인근 산에도 임종국 선생의 나무사랑에 영향을 받은 산주들이 심은 편백나무들이 많다. 주로 20∼30년생으로 거대한 숲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숲은 넘실넘실 파도를 만든다.


산 아래 오롯이 들어앉은 금곡마을은 60년대 농촌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영화 ‘태백산맥’과 ‘내 마음의 풍금’을 찍은 일명 ‘영화촌’이다. 대부분이 토담에 초가집이다. 한가로운 농촌마을의 풍경은 스스럼없이 숲으로 들게 한다.


금곡마을에서 시작되는 편백나무 숲길은 약 9km에 이른다. 느릿느릿 황소걸음으로 걸어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굳이 삼림욕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좋다. 1등 2등 등수를 매길 필요도 없다. 무심한 숲은 아무 조건 없이 보듬어준다. 이렇듯 숲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무한하다. 사라지는 숲만큼 만이라도 나무 심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땅은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만의 몫만이 아니기에 그렇다. 우리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았듯이 우리 또한 잘 가꾸고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할 유산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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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나 덕유산 등 큰 산이 아니라면 남도 땅 에서 원시림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부안의 내소사 전나무 숲과 곡성 태안사 숲길은 그나마 잘 보존된 소중한 숲이다. 절집으로 향하는 길은 아름드리 전나무가 촘촘히 도열해 있다. 내소사를 더 내소사답게 만든 장본인이다. 짧은 이 전나무 숲길 하나 때문에 사람들은 내소사를 찾는 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숲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휴식과 심신수양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태안사는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보성강 변 동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이다. 다행인 것은 지리산 자락 대찰들에 가려 인파의 광풍을 피해 관광지답지 않다는 것이다. 숲길은 오리에 달한다. 어느 때 찾아도 한 두사람 마주치기 힘들만큼 호젓해서 좋다.



이 땅 마지막 남은 원시림


굳이 ‘마지막‘이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강원도 인제 진동계곡 일대를 ’우리나라의 마지막 원시림’이라고 한다. 그것은 진동계곡이 발원하는 점봉산(1424m)이 품고 있는 원시림과 희귀식물의 가치 때문이다. 점봉산 일대는 지난 90년 강원대 이우철 교수팀의 조사에서 36종이 확인됐던 한국특산식물은 97년 환경부 조사에서 38종으로 늘어나는 등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 된 거의 유일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개발의 손길은 예외가 없는 모양이다. 지난 97년부터 시작 된 양양 양수발전소 공사와 도로의 확포장 공사로 인해 진동계곡 일대는 그 원형을 서서히 잃어가기 시작했다. 외지인의 발길조차 허락하지 않던 ‘오지 중의 오지‘ 진동리는 여름 피서지가 되었고, 우후죽순 들어 선 서양식 외형을 한 펜션들은 두루뭉실한 산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어색함을 만들고 말았다.


다행인 것은, 숲은 살아 있다. 점봉산 자락 곰배령(1099m) 일대에는 주목나무 군락지와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산림청에 의해 ‘22세기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기도 한 점봉산은 희귀 야생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른 봄부터 피어나기 시작하는 풀꽃은 여름에 절정을 이루고 이른 겨울 채비를 하는 9월까지 ‘천상의 화원‘을 만들어 낸다. 한겨울 눈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와 노루귀, 처녀치마 등 꽁꽁 얼어붙은 맨땅에서 피어나는 풀꽃은 자연이 빗어낸 신비가 아닐 수 없다. 곧이어 얼레지와 바람꽃, 한계령풀, 계곡 가에 피는 돌단풍 등이 앞 다투어 피기 시작한다. 숲은 풀꽃의 개화와 함께 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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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과 점봉산의 들목은 설피밭이다. 한겨울이면 어린 아이 키 높이만큼 쌓이는 눈 때문에 신발 위에 덧신는 겹신의 일종인 설피 없이는 못사는 동네라는 ‘설피밭’은 해발 700m에 자리한 산골마을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마을이다.


사람의 마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진동계곡 상류인 강선계곡을 따라 걸어서 30분 쯤 골짜기를 파고들면 숲 한가운데 강선마을이 나타난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은 물이다. 더불어 숲은 산중 사람들에게 있어 논과 밭인 샘이고,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점봉산 자락 해발 850m, 숲에 하늘을 내준 원시림 속에 들어앉은 오지마을이다. 이곳에서부터 곰배령까지의 출입은 산림청 인제 국유림관리소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호지역이기 때문이다.


점봉산 일대 못지않은 빽빽한 수림의 바다를 이룬 방태산 일대 또한 다양한 수종의 원시림 지역이다. 진동계곡으로 흘러드는 연가리와 아침가리 계곡을 중심으로 펼쳐진 원시림은 그 속에 공생하는 희귀식물과 함께 이 땅의 허파와도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황사가 전국을 덮치는 봄철에도 영향이 미미할 만큼 숲은 웅대하다.


특히 아침가리계곡 일대는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열목어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을 만큼 인적이 드문 곳. 새봄 눈 녹은 물이 계곡을 채울 무렵 피어나는 돌단풍은 검푸른 바위를 하얗게 덮고도 남을 만큼 개체가 많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대가 애처로워 보일 만큼 여린 풀꽃이지만 그 꼿꼿한 자태는 바윗돌만큼이나 강하게 느껴진다.


이 땅의 숲은 ‘마지막’이 아닌 ‘시작’이 되어야 한다. 우후죽순 들어 선 펜션 처럼 숲에 나무가 가득하게 채워지는 날 비로소 이 땅은 살아 숨쉬기 시작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 인간들 또한 편안한 숨쉬기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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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금곡마을 편백나무 숲은 호남고속도로 장성 나들목에서 북일면 방향으로 가거나 서해안고속도로 고창 나들목에서 장성 방향으로 가면 된다. ‘영화촌’으로 알려져 있어 도로 표지판이 비교적 잘되 있다. 대부분 초가집인 금곡마을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산이네 민박(061-393-4290)

내소사는 서해안고속도로 줄포나들목에서 15분쯤 거리에 있고, 태안사를 가기 위해서는 호남고속도로 석곡나들목이 빠르다. 압록 보성강변에 있는 펜션 ‘화이트 빌리지’(061-363-7531)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곰배령 야생화탐방은 반드시 인제국유림 관리소(033-463-8162)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서울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양평-홍천을 지나 인제 방향 철정리검문소 삼거리에서 우회전, 451번 지방도로 상남을 지나 기린면 현리에서 진동리방향 418번 지방도로를 타고 길이 끝나는 곳까지 가면 설피밭이다. 강선마을을 지나 곰배령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 진동계곡 일대 펜션에서 숙식이 가능하다. 펜션 ‘풀꽃세상‘(033-463-2321)에서 산행 안내도 받을 수 있다. 


<글, 사진> 자연주의 여행가 최상석 ozikorea@hanmail.net



한국환경자원공사 사보 <계간 환경자원> 기고 글입니다.


세심원 자료     -->> http://ozikorea.tistory.com/455
축령산 자료     -->> http://ozikorea.tistory.com/177
금곡마을 자료  -->>  http://ozikorea.tistory.com/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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