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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산이좋아 산에사네] 정선의 선녀와 나뭇꾼

by 눌산 201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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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선녀와 나뭇꾼, 홍성국 서선화 부부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몸서리치는 외로움의 계절이다. 딱히 누군가가 그립다기 보다는, 아마도 막연함 같은 것이다. 화려한 단풍보다는 만추의 서걱이는 숲길에 더 눈이 가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게다. 그럴 땐 떠나야 한다. 마음 속 깊이 간직해 둔 그곳을 향해.

20여 년을 여행가로 살았고, 산골 생활에 이력이 붙은 필자도 부러워하는 부부가 있다. 정선 덕산기 오두막에 사는 홍성국(42) 서선화(41) 부부가 그들이다. 가을빛이 물든 10월에 그들을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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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조차도 없는 오지 덕산기 가는 길

건축인테리어 전문 업체를 운영하던 홍성국 씨가 먼저 정선에 들어왔다. 이유는 산이 좋아서라고 했다. 혼자 살던 그는 여행 온 전문 산악인 출신의 서선화 씨를 만나 결혼을 하고, 정선에서도 오지로 소문 난 덕산기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3년 전의 일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계곡을 따라 1시간만 걸어오면 됩니다.”

덕산기 홍반장으로 통하는 홍성국 부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덕산기는 내비게이션도 무용지물이요 핸드폰도 안 터진다는 곳이다. 더구나 걸어서 가는 길 조차도 없단다. 무작정 계곡을 따라 1시간을 걸어오라니. 간만에 맛보는 오지탐험에 마음은 설렌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소개 된 적이 있는 덕산기 계곡은 정선에서도 가장 오지로 소문 난 곳이다. 유명세를 탄 적이 있지만 여전히 세상과는 동떨어진 피안의 세계로 남아 있다. 그래서 좋다. 세상에 알려지면 대부분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하게 돼 있다. 떼거리로 몰려드는 인파에 자연은 병들고 더불어 옛 모습을 잃게 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부터는 계곡 자갈밭을 걸어야 한다. 길이 따로 없다. 물을 건널 때는 신발도 벗어야 한다. 장맛철에는 오도 가도 못하는 고립무원이 된다. 외부 사람들 눈으로 볼때는 고립이겠지만,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는 생활이다. 불편함으로 치자면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도 그런 덕산기가 좋다고 들어 온 이들이 네 집이나 된다.

골이 깊은 덕산기에는 가을이 일찍 찾아온다. 이미 붉게 물든 단풍은 거대한 석회암 절벽과 어루어져 장관이다. 혼자보기 아까운 길이 아닐 수 없다. 길은 S자로 몇 번이고 꺾어지기를 반복하며 골짜기를 파고든다. 과연 사람이 살기나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가을빛에 취해,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에 취해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정말 보기 힘들다는 물매화가 계곡 가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두어 시간 이 물매화와 노닥거렸다. 산중 깊숙한 곳에서 만난 물매화는 순백의 키 작은 야생화로 뽀얀 속살을 드러낸 자태는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갑자기 붕붕~ 거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4륜구동 트럭이다. 읍내 나간 서선화 씨였다. 걸어간다고 했더니 “아직 멀었어요.”한다. 덜컹거리는 트럭에 몸을 싣고 오두막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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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연인을 꿈꾸다.

서선화 씨는 히말라야 원정 산행도 다녀 온 전문 산악인이었다. 산이 좋아 산을 오르던 그녀에게 이 산중 생활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은 젊은 그들이 살기에는 답답하고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다.

“도시나 산중이나 삶은 다를 것이 없잖아요? 어디서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 같아요. 선택의 기준은 마음의 여유라고 생각해요”

굳이 이 불편하고 열악한 환경을 택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의외로 질문은 간결했다. 괜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어디에 살든 마음의 여유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부부는 부자였다. 마음이 풍요로운 부자.

서선화 씨는 덕산기에서 선화공주로 통한다. 어울리지 않지만 농사도 짓는다. 최소한 먹을거리 정도는 내 손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했기 때문이다. 선화공주는 그림 솜씨가 좋다. 그가 운영하는 블러그에 그림일기를 올리기도 하고, 요즘은 옷에 그림을 그려 넣는 핸디페인팅에 푹 빠져 있다. 나만의 옷을 만들어 입는 재미와 친구들에게 선물 할 생각도 한다. 산 생활은 자급자족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소한 것까지 손수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침 홍성국 씨는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름에는 동강에서 래프팅 업체를 운영하지만 그 외 계절에는 간간히 그의 전공인 건축인테리어 일을 한다. 주로 정선에서 일을 하지만 이번에는 양평까지 간다고 했다.

“덕분에 콧바람 쏘이러 가는 거죠. 도시 사람들은 정선으로 여행을 오지만 우리는 도시로 여행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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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금 하는 도시 나들이는 부부에게 여행이라고 했다.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사람 구경만한 볼거리가 어디 또 있겠는가.

이런 산 생활을 꿈꾸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홍성국 서선화 부부처럼 실행에 옮기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언제나 꿈만 꾸고 살 뿐이다.

“산에 산다는 것은 도피나 은둔과는 다릅니다. 자연이라는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철저한 자기관리와 책임감이 뒤따라야 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도시에 비하면 생활비가 거의 안 들지만 반드시 경제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산 생활을 즐기며 오래 할 수 있습니다. ”

부부의 오두막은 채 10평도 안 된다. 절반은 부부가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오가는 나그네들을 위한 쉼터로 제공한다. 정선애인(愛人)이라는 블러그를 통해 알게 된 이들이 주로 다녀간다. 1시간을 걸어서 와야 하고,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까지도 감수 할 줄 아는 이들에게만 개방한다. 부부가 와도 따로 자야 한다. 술을 마시는 것도 제한한다. 진정 자연 속에서의 하룻밤인 셈이다.

부부의 꿈 또한 이와 연결이 된다. 자연 속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도시인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는 것. 부부의 꿈이라고 했다.


정선애인 블러그  http://blog.naver.com/jshbanjang

<글, 사진> 여행작가 눌산 www.nulsan.net

월간 산사랑 11,12월 호  http://sansarang.kfc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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