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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꽃

마른 풀밭에 고개 숙인 할미꽃 이야기

by 눌산 2008.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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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만나러 가는 길
 
 
 





<아주 먼 옛날 어느 산골마을에 어린 두 손녀를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할머니가 있었다. 손녀들은 자라서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언니는 얼굴이 예쁜 덕에 이웃마을 부잣집으로, 동생은 아주 먼 곳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가까이 사는 큰 손녀는 할머니를 늘 구박하고 소홀히 대했다. 할머니는 마음씨 착한 작 은 손녀가 그리워 해짧은 겨울 길을 나섰지만 손녀가 사는 마을이 가물가물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에서 허기와 추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작은 손녀는 자기 집 뒷동산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를 고이 묻었는데, 이듬해 봄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 한포기가 나와 할머니의 구부러진 허리처럼 땅을 딛고 진홍빛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할미꽃에 전해져오는 전설입니다.





할미꽃을 만나러 왔습니다. 경주로 치자면 왕릉 쯤 되어 보이는. 전라도 말로 치자면 큰 묏동(묘지) 처럼 보이는 야트막한 산봉우리가 죄다 할미꽃 밭이랍니다.
"아니. 도데체 할미꽃이 어디가 있다는거여~."
사람들은 도로변에 어색한 모습으로 세워 놓은 꽃탑 하나 쯤 있으리라 상상했나봅니다. 나무 한그루 없는 누런 산봉우리 전체가 할미꽃 밭이랍니다.






이름 없는 꽃이 없고, 그 꽃마다에는 아름다운, 때론  슬픈 전설이 전해옵니다. 잔설이 녹아흘러내릴때쯤이면 들에 산에 키 작은 풀꽃들이 피어납니다. 겨우내 움츠린 어깨를 펼치듯 가녀린 꽃대가 올라오고 그 꽃대 위에는 작지만 화려한 원색의 꽃이 올라앉습니다. 시골집 마당 한편에 피어나는 꽃이 있고, 논두렁 밭두렁에 피어나는 꽃이 따로 있습니다. 며느리가 바람이 날까바 울밖에 심는 꽃도 있고, 울타리 삼아 집 둘레에 심는 꽃도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예쁜 꽃을 심고 가꾸었습니다.






아! 봄입니다. 봄은 꽃이 있어 더욱 좋습니다. 바깥출입이 잦아지고 화사한 옷매무새를 다지고, 잠시 잊고 살아 온 고향마을을 떠올립니다. 봄은, 우리네 사람들 마음을 따스하게 해줍니다.





바람 부는 언덕을 따라 오릅니다. 야트막한 동산에 '겁나게' 많이 할미꽃 피었습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할미꽃이야 어디서든 불 수 있지만 얼마나 많기에 ‘국내 최대 군락지’라 했을까요.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한재에 있는 3만평 할미꽃 군락지가 알려진 것은 지난 2002년이라고 합니다.아름아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늘자 ‘정남진 할미꽃 축제’를 열었습니다.





할미꽃은 양지바른 야산과 무덤가에 주로 삽니다. 보드라운 솜털 옷을 입고 꽃은 짙은 붉은 자주색으로 노고초(老姑草) 또는 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불립니다. 흰 솜털로 뒤덮인 열매는 영락없는 할머니의 하얀 머리칼을 닮았습니다. 언제나 허리를 구부리고 있어, 그래서 할미꽃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할미꽃 시화전이 함께 열리고 있습니다. 주로 아이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장흥-강진 구간의 들길을 구불구불 달리는 지방도로는 봄마중길입니다. 짙녹색 청보리밭과 점점이 떠 있는 섬마을이 정겨운 바닷길이 이어지고, 때론 우뚝 솟은 천관산 기암괴석이 이색적인 아름다운 길입니다. 가로수로 심어 놓은 동백나무에 맺힌 붉은 꽃잎과 이미 봄으로 치닫고 있는 황토흙 덮인 둔덕의 밭은 고향 풍경 그대로입니다.
바둑판처럼 잘 정돈 된 회진 들녘 끝에는 회진포구가 있습니다. 회진은 소설가 이청준님과 한승원님의 고향마을로 아득히 펼쳐지는 바닷그림이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파릇파릇한 보리밭사이로 물길이 나있고, 한재에 등을 맞댄 울긋불긋한 지붕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화려한 색채의 양철지붕도 다, 우리 것이 되가는 것이겠지요.


 





보리밭 사잇길을 지나 한재로 오르는 길은 비알진 밭두렁 사이로 난'S'자 길입니다. 풀썩 주저 앉아 쑥이라도 캐고 싶어지네요. 한재는 민둥산입니다. 나무 한그루 없는, 그래서 봄 햇살과 바람을 정면에서 받는 그런 위치지요.
멀리에서 보면 민둥산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바로 그 할미꽃이 무더기로 피어있습니다. 혹여 밟기라도 할까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수백수천의 얼굴을 가진 할미꽃을 만나봅니다.
“영락없는 할매여~~잉!”
곱게 차려입고 봄마중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봄에,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에, 따스한 바람에, 그냥 지나칠 수 없겠지요. 그래, 봄이 아니던가요?
 
 
 
 

저~기 보이는 작은 바다는 회진 앞바다입니다. 그 앞 포구는 회진포구이고요.






 

각양각색의 할머니 표정을 감상하다 보면 1시간이 훌쩍지나갑니다.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회진 앞바다 풍경이나 남도 땅에서나 만날 수 있는 드넓은 청보리밭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장흥에는 할미꽃뿐만이 아닐 동백나무 군락지도 있습니다. 강진의 백련사나 고창의 선운사 못지않은 동백나무 숲이 있지만, 그 좋은 장흥이 이제야 사람들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사실 주목이랄 것도 없지만.- 더 큰(?) 관광지가 없어서 일겁니다. 대형 콘도나, 리조트, 요즘 뜨는 드라마 촬영지 하나 없어서 일겁니다. 소박하지만 은근한 매력이 넘쳐흐르는 장흥은 바로 그 큰(?) 관광지가 없어 더 좋아 보입니다.


 






 

행사장에는 보는 것만으로 양이 안차는 분들을 위해서 할미꽃 화분을 팔기도 합니다. 3천원. 쌉니다.






 


[Tip]

<서울기준> 서해안 고속도로-목포-2번국도-강진읍을 지나 23번 국도로 우회전-칠량-대덕을 지나 회진, 또는 마량을 지나 회진으로 가면 됩니다. 마량포구에 가시면 횟감이 싸기로 유명합니다. 어판장에서 횟감을 직접 골라 주변 식당에 가서 세팅을 부탁하는 방식.

<순천을 경유, 또는 경상도 방향에서 가는 길> 순천-목포방향 2번국도-장흥읍에서부터는 ‘할미꽃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잘 되어 있습니다. 장흥읍에서 안양방향 18번국도-용산, 관산 방향 23번국도- 관산을 지나 대덕방향으로 달리다 회진 이정표를 따르면 됩니다.

<한재공원, 한승원 생가> 회진에서 덕산리 방향 10분 거리에 한재공원이 있고, 한재공원 갈림길인 덕산삼거리에서 직진해서 4.5km 거리에 있는 신덕리에는 소설가 한승원 생가가 있습니다.

<소설가 이청준 생가, 천년학 촬영지> 회진에서 직진(표지판 있습니다.), 10분쯤 가다 바닷가 절벽이 보이는 급커브길에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촬영 세트가 있습니다.
한적한 포구로 파래로 뒤덮인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이청준 생가는 포장도로를 계속 직진하면 곧바로 진목리라는곳으로마을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장흥 여행정보 / 장흥군청 홈페이지 --> http://travel.jangheu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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