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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걷자!! 두 다리 멀쩡할 때.

by 눌산 2008.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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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걷는 여행.....,

좀더 고상한 말을 붙이자면 트레킹(trekking)쯤이 되겠다.

 


나는 걷는 여행을 즐긴다. 두 다리 멀쩡할 때 걷자는 논리다. 국내든 해외든, 유명 관광지는 휠체어 타고도 볼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여행을 무슨 고행쯤으로 여긴다. 걷기란 무지막지하게 걷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쉬엄쉬엄 걸어야 한다. 맘껏 해찰도 부리고, 온갖 것 다 참견해가면서 말이다.

사실 바쁘게 걷다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길이 끝나는 곳, 길의 끝만 머리 속에 있을 뿐이다. 사실 길의 끝은 의미가 없다. 그냥 걷다 보이는 것만 보면서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걸을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다. 유명산을 가보면 앞사람 엉덩이 밖에 안 보인다.
정신없는 산행인 셈이다. 바지 끝에 달라붙은 라벨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코오롱이네, 에코로바네하면서 말이다. 휴식과 쉼의 시간인 여행길에서 지루하게 그 엉덩이에 그 엉덩이만 눈을 맞추고 걷는 셈이다. 누가 쫒아오기라도 하 듯 말이다.

느긋하게 걷다보면 보이는 것도 많다. 키작은 풀꽃부터, 새소리 물소리까지...., 온갖 어여쁜 꽃들이 다 내 눈에 들어오고, 알듯모를 듯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자연의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아침가리골 트레킹


산...!! 요즘 등산 참 많이들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조상들은 등산(登山)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입산(入山)이라 했다고.... 봄가을에 산불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입산금지'라는 푯말을 세운다. 그럼 왜 '등산금지'라고 안 하지...? 그건 담에 생각할 문제고. 등산과 입산, 모두 산을 찾는 일이다. 차이는 뭘까, 등산은 말 그대로 산을 오르는 것이고, 입산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즉, 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오른다는 뜻의 등산이 정복의 의미를 갖는다면 입산은 자연에 대한 배려이고, 고개 숙임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 온 조상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산에서 먹을거리를 취하고, 산에서 땔감을 구했다. 흙과 나무로 집을 짓고,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산자락에 삼을 심어 옷을 짜 입었다고 한다면 의식주를 산에서 모두 해결한 셈이다. 그러니 죽자살자 앞사람 엉덩이만 쫓는 등산은 결국, 자연과 가까이 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기록 경기밖에 안 되는 것이다. 누가 쫓아오나...? 등수매기나...? 산꼭대기에 뭐 숨겨놨나...? 느긋하게 걷자. 그리고 온갖 것 다 둘러보면서, 그러다 힘들면 계곡에 퍼질러 앉아 탁족이나 즐기면 되는 일. 아님 훌러덩 벗고 잠시 나뭇꾼과 선녀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누가 보는 사람만 없다면 말이다.


무주구천동


다시, 걷는 여행에 대해 얘기해보자.


트레킹이란 말을 참 오래 전부터 써왔다. 유식한 척하느라고 말이다. 트레킹은 본래 해발 5천미터 이하의 산야를 도보 여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해외에서는 주로 히말라야 등 고산지대 코스가 많이 개발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통의 산야를 걷는 운동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원래 트레킹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집단 이주하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고행하면서 사색하는 여행'을 말한다. 나는 지난 10여 년 간 트레킹의 좋은 점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덧붙여 즐길 수 있도록 오지를 찾는 '오지트레킹', 들꽃을 주제로 한 '들꽃트레킹' 등 근사하게 만들어 걷기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결국 트레킹은 목표 정복에 의미를 두는 운동이 아니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언제 어느 때건 최소한의 준비, 그러니까 운동화나 등산화 같은 편한 신발 정도만 있으면 그냥 걸으면 되는 것이 트레킹인 것이다. 낚시꾼의 차에 늘 낚싯대가 실려 있듯, 편한 신발 한 켤레쯤은 갖고 다니는 것도 좋다. 처음엔 한시간, 그 다음엔 두시간, 이렇게 걷다보면 어느새 걷는 일이 즐거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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