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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새해 첫날, 첫 장이 선 무주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by 눌산 2022.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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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無窮無盡)! 무주 한 바퀴 /  무주 반딧불장터

코흘리개 시절부터 엄마 치맛자락을 붙들고 따라다녔던 오일장 풍경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 장날이 기다려졌던 이유도 분명하다. 달달한 맛이 종일 입안에서 맴돌았던 눈깔사탕에, 설탕 두어 스푼 듬뿍 넣고 뜨거운 입김으로 호호 불어가며 먹던 팔칼국수까지. 먹을거리 천지였던 오일장은 나에겐 천국이었다. 여전히 그 시절을 떠올리며 장날이면 어김없이 장터로 향한다. 돌이켜보면 처음엔 구경삼아 갔었고, 다음엔 엄마의 치맛자락이 그리워서였다.

11일 새해 첫날 무주오일장의 첫 장이 섰다. 신정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지만 그래도 새해 첫날인데 장이 설까 싶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장터에 들어서자 멀리서 뻥튀기 아저씨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장터는 썰렁했다. 장터의 단골손님인 어르신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상인은 코로나에 한파까지 겹쳐 어르신들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한다. 그저 삼삼오오 모여 불을 쬐는 상인들만이 장터를 지키고 있었다.

장터국수와 국밥집이 몰려 있는 먹거리 골목

여전한 장터의 정()

장터의 인심은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 하는 소리를 쫓아가면 고소한 옥수수튀밥 냄새가 진동한다. 할 일 없이 서성이는 사람들 같지만 줄지어 내 튀밥이 뻥~하고 터질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앞서 튀밥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구경꾼들에게 너나할 것 없이 한 움큼씩 쥐어 준다. 옥수수 튀밥보다 더 고소한 향이 나는 무말랭이를 볶으러 왔다는 어르신은 이렇게 볶아서 겨울 내내 물을 끓여 마신다.”라고 했다. 무차는 감기예방뿐만 아니라 식중독을 예방하고 피부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일명 색소폰 부는 뻥튀기 아저씨로 통하는 김창수 씨는 대장암 4기 진단을 받고 9년 전 안성면으로 귀촌했다. 성치 못한 몸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더 아플 것 같아 지금의 일을 시작했다. 힘들다는 생각보다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건강도 되찾았다. 한가한 시간에는 스스로 익힌 색소폰을 분다. 날씨가 따뜻한 날이면 일부러 김 씨의 음악을 들으러 오는 팬들도 있다.

30년째 장터에서 속옷과 여성복을 파는 정순복 씨

무주장에는 기타 치는 옷장수도 있다. 아동복 상인 육심범 씨는 손님이 없는 시간이면 통기타를 친다. 장날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타소리를 따라가면 육 씨를 만난 수 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영동에서 시장상인밴드를 결성해 공연도 다닌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공연을 하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든 맘껏 공연할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하는 육 씨의 눈빛에서 간절한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시장 중앙 무대에서 생선 좌판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30년째 장터에서 속옷과 여성복 등을 파는 정순복 씨 노점이 있다. 무주장에서는 이미 입담 좋기로 소문난 여걸이다. 속옷을 치켜들고 한번 입어봐를 외친다. 정씨는 설천에서 포도농사도 지으면서 여전히 장날에 맞춰 무주장과 진안장, 장계장을 순회한다. 2011년에 취재를 위해 만난 적이 있어 장터에 나오면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내는 사이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정씨 노점 맞은편 젓갈 상인이 한마디 건넨다.

힘이 장사에요. 남잔지 여잔지 맨날 봐도 모르겠어 하하. 궁금하면 둘이 팔씨름 한번 해봐요

, 이런! 나이로는 기자보다 한참 위지만 그래도 여자인데.... 이겨도 민망하고 지면 더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해보나마나 제가 집니다라면서 포기를 선언했다.

‘색소폰 부는 뻥튀기 아저씨’로 통하는 김창수 씨

정씨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우리 장터 사람들 다 대박나는거요!”란다. 코로나 이후 장터를 찾는 사람들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더구나 국가에서 주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지원을 받지 못한 이유는 사업자등록증이 없어서라고. 장터 상인에게 사업자등록증이 어디 있겠는가.

먹거리 골목으로 향했다. 시장 골목에서 그나마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뚜껑을 열자 순대와 내장이 먹음직스럽다. 무주장에는 장터의 대표음식이랄 수 있는 국밥집과 국수집이 상시 문을 열고 있다. 주말이 겹친 장날이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여행자들도 많다. 이처럼 추운 날에는 뜨거운 국밥 한 그릇이면 세상 부럽지 않다. 덤으로 인심 좋은 사람들의 정()도 담아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새해 첫날 만난 장터 사람들의 작은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기타 치는 옷장수’ 육심범 씨

 

[알고가면 좋은 TIP]

무주 오일장은 1, 6, 11, 16, 21, 26일에 장이 선다. 오일장의 매력이라면 뭐니뭐니해도 푸짐한 먹거리가 아닐까. 3대째 국수를 말아내는 장터국수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 꼭 맛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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