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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궂은비와 효자비

by 눌산 2009.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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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만에 내린 비에, 축쳐져있던 개망초가 어깨를 활짝 폈습니다. 메말랐던 계곡에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가득하고요. 이장님이 오시더니 연신 "딱 좋아, 딱 좋아." 하십니다. 적당히 내렸다는 얘깁니다. 농사 짓는 분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비니까요. 주말여행을 떠난 분들에게는 궂은비지만, 농사짓는 분들에게는 효자비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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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먼지만 날리던 마당이 촉촉합니다. 빗물은 스스로 물길을 만들며 낮은 곳으로 흘러갑니다. 비만 오면 긴장을 하게 됩니다. 배수로 막힌데는 없는지, 어디 물이라도 새는데는 없는지 확인, 또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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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잘 자라주었습니다. 가운데 기린초는 지리산 자락에 사는 육남매 가족이 '언제나 봄날'을 방문하면서 선물로 가져온 겁니다. 비에, 환하게 웃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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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나무도 비오는 날은 쉬는 날입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런지, 여유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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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흰눈을 뒤집어 쓰고도 잘 버티어 준 420년 된 소나무도 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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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 같은 적상산의 붉은 절벽은 보이지 않습니다. 비가 그친 아침에는 산안개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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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비로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언제나 여행은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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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방 문을 열면 바로 이 녀석들이 반깁니다. 너무 흔해서 대접받지 못하는 개망초지만, 한결 꼿꼿해진 자태가 멋집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열립니다. 산자락을 휘감아 흐르던 안개는 아침해에 쫒겨 이 산 저 산을 넘나듭니다. 비 개인 후 이런 날씨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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