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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640

'언제나 봄날'의 가을 아침 어제와 오늘 아침에는 서리가 내렸습니다. 지붕 위에 하얗게 내린 서리가 꼭 한겨울 분위기를 냅니다. 바로 옆동네인 장수의 어제 아침 기온이 0.5도 였고, 첫얼음까지 얼었다는군요. 적상산에 단풍이 제대로 들려면 아직 일주일은 더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새벽에는 어찌나 춥던지 영동 황악산 자락 오두막에 살던 시절 생각이 나더군요. 그땐 꽁꽁 얼어 붙은 개울물 길어다 먹었으니까요. 햇살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잔뜩 움추린 어깨도 아침 해만 올라오면 금방 펴지니까요. 한낮에는 따뜻한 햇살에 커피 한잔 벗삼아 해바라기를 합니다. 돌담에 기대 고개를 떨군 고양이 마냥요. 아침이 좋습니다. 특히 산중의 아침은 보석 처럼 빛나는 햇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책이랄 것도 없지만, 아침에는 설렁설렁 동네를 한바퀴 돕니다.. 2008. 10. 14.
밤줍기 집 주변에 다람쥐가 많이 늘었습니다. 여름에 비해 살도 토실토실 찌고, 더불어 행동도 느려보이더군요. 먹을게 많어서 그렇죠. 호두, 밤,도토리... 다람쥐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입니다. 다람쥐 보다 행동이 빨라야 밤도 제대로 주울 수 있는데, 너무 늦게 간 탓인지 한바가지 주워왔습니다. 사실, 나눠 먹는 거죠. 다람쥐와 사람이 사이 좋게 적당히 필요한 만큼 씩 말입니다. 등산로 주변에서 도토리를 줍지 말자는 글을 가끔 봅니다. 다람쥐 같은 동물들의 먹이로 놔두자는 의미지요.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적당히 필요한 만큼 씩만 나눠 먹으면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문제는 욕심이죠. 나 혼자 다 먹겠다는 욕심 말입니다. 산을 터전 삼아 사는 사람과 이따금 산을 찾는 사람의 차이는 바로 욕심입니다. 산나물 철.. 2008. 10. 7.
느즈막히 나오는 영동 머루포도의 황홀한 맛 영동하면 포도가 생각 날 만큼 '영동 포도'가 유명합니다. 그 영동에서도 학산면은 포도의 산지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무주와 영동은 행정상으로는 전라북도와 충청북도로 나뉘지만, 앞치(前峙)라는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둔 옆 동네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하지만 지역의 차이인지 별 교류가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형지세의 차이입니다. 산세가 험하고 협착한 골짜기가 많은 무주에 비해 앞치를 넘어서 영동 땅에 들어서면 먼저 너른 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좌다 포도밭으로 변한 영동의 들녘은 금강의 풍부한 물도 한 몪 했을 겁니다. 맛 좋기로 소문난 영동 학산포도 실컷 먹고 왔습니다. 저희집은 숙박 손님 외에도 찾아오는 손님이 많습니다. 손님도 집주인과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비슷한 성향의 사람.. 2008. 9. 30.
몸서리치도록 그리운 가을 가을병을 앓았습니다. 금단 현상 같은. 잠시도 앉아 있을 수도 없고, 생각이 멈추지도 않고,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지독한 병입니다. 가을병의 증상 중 하나는 추위에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더위나 추위를 타지 않는 건강한 몸이라고 자신하며 살아왔지만 유독 가을만 되면 추위를 탑니다. 오히려 겨울은 견딜 만 합니다. 남도로 내려 온 이유 중 하나도 그 추위 때문입니다. 추워서 남도가 그리웠습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말입니다. '언제나 봄날'이기를 바라는 마음 같은게 있었고, 펜션 이름도 그렇게 붙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요, 올 가을은 느낌이 없습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무난히 가을을 날 것 같습니다. 예방접종을 맞지도 않았는데. 아무튼 좋은 현상이죠. 그 가을병 떄문에 길에서 보낸 날이 얼마인지.. 2008. 9. 29.
파란 하늘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적응이 힘듭니다. 무더웠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어젠 폴라 자켓을 걸칠 만큼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비 온 뒤 이런 멋진 하늘빛을 보여주는군요. 눈이 부실 만큼 파란 하늘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이불 빨래를 했습니다. 볕이 좋으니까 잘 마릅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 빨래나 하고 있다는 건, 가을에 대한 실례죠.^^ 느린 걸음으로 다가 오는 가을이 보입니다. 적상산의 붉은 벼랑에서 부터. 2008. 9. 28.
뒷집 어르신이 가져오신 홍시 다섯 개 저희 집에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펜션 바로 뒤에 아주 오래된 구옥 한 채가 있습니다. 그 집에 사시는 어르신 말씀으로는 당신의 할아버지 때 지은 집이라고 합니다. 토담집이죠. 짚을 섞은 흙과 돌로 벽을 쌓고 나무 기둥을 세운, 전형적인 토담집입니다. 사방으로 두룬 돌담이 얼마나 예쁜지 오가는 사람들 마다 한마디씩 하고 지나갑니다.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 "저런 집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집에 사는 어르신은 많이 불편하다고 합니다. 비오면 빗물에 흙이 쓸리지 않을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집이니까요. 어르신의 집입니다. 펜션 건물이 너무 거대해서 상대적으로 비좁아 보이지만, 구석구석 어르신의 손떼가 묻은 집은 나름대로 편리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비에 쓸린 토담은 .. 2008. 9. 24.
머루축제의 주인공은 머루가 아니었다. 제3회 무주 머루축제가 지난 20일 펜션 언제나 봄날 주변에서 열렸습니다. 대한민국은 축제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철마다 열리는 전국 지자체 주관의 축제만 해도 수백개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축제의 본질을 살리지 못하다 보니 대부분의 축제장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축제는 계속됩니다. 이러는 이유가 뭘까요?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아침부터 음악 소리로 요란합니다. 뽕짝소리요, 축제의 분위기를 돋구는 작업 중입니다. 워낙 조용한 마을이다보니 신경이 여간 거슬린게 아닙니다. 싫다는 게 아니라 굳이 저런 작업이 필요한가 입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분위기가 업되느냐죠. 아닙니다. 사진에서 보듯 행사장은 썰렁합니다. 행사 시작 10분 전인.. 2008. 9. 23.
가을이 보이나요? 펜션을 병풍 처럼 감싸고 있는 적상산에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바위 주변 벚나무 부터 서서히 물들기 시작해서 온 산을 붉게 물들이겠지요. '붉은 치마' 폭에 둘러 싸인 펜션을 그려봅니다. 펜션 2층에서 바라 본 적상산입니다. 붉은 치마산이라고도 하죠. 앞으로 딱 한 달만 지나면 그리 되겠지요. 그 모습이 저도 궁금합니다. 펜션에 오시는 분들 마다 한번 쯤 찾아보는 520년 된 당산나무랍니다. 가을이 보이나요? 펜션으로 올라 오는 길에도 가을빛이 완연합니다. 황토빛과 잘 어울리는군요. 너무 붉으면 어지럽습니다. 딱 보기 좋을 만큼만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펜션 앞에서 열리는 머루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걸렸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현수막도 붙었고요. 머루로 만든 음식과 마루주, 머루와인 맛도 볼 수 있을 것.. 2008. 9. 18.
여행길에 만나는 '덤' 움직이는 지도책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제가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땅에서 국도든, 지방도로든 모르는 길을 없을 정도였는데. 덕분에. 뜻밖의 횡재를 했습니다. 바로. 저 연못을 만났으니까요. 민박집 주인으로 여름을 보내면서 연꽃 촬영 한번 가질 못했는데. 뒤 늦게 나마 멋진 연지를 만났으니 횡재죠.^^ 수세미죠. 참 오랜만에 보는 풍경입니다. 요즘은 시골보다 오히려 대도시 공원에서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거리 여행을 할때 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국도나 지방도로를 이용합니다. 그것은 소소한 볼거리들 때문이죠. 밋밋한 고속도로에 비해 국도나 지방도로 주변에는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가끔은 네비게이션 전원을 꺼보세요. 굳.. 2008.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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