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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마을147

[경남 함양] 꽃 피는 골짜기, 거기마을 산 깊은 골짜기 끄트머리 외딴 집. 그런 집에서 살고 싶었다. 탁 트인 전망은 사치라 생각 했으니 굳이 전망 좋은 터는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고, 소위 말하는 명당의 가장 기본 조건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 아니어도 되었다. 단지, 집 한 채 오롯이 서 있을 정도의 공간이면 족했고, 골짜기로 통하는 오가는 길 하나와 사철 마르지 않는 작은 실개천 정도만 흘러도 된다고 생각 했다. 나이 탓인가, 지금 생각은 다르다. 변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사람 사는 곳, 사람이 살았던 곳, 옹기종기 모여 있어도 상관없으니 사람 냄새 나는 곳이 더 좋더라는 얘기다. 길도 사람의 발자국을 먹고 산다. 산과 들, 계곡에도 오랜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작은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도 허투루 대하지 않았던 옛 사람들의.. 2016. 9. 22.
산꼭대기 '사람의 마을' 있었지 저 산꼭대기에도 사람의 마을이 있다. 운곡천과 낙동강, 두 강을 건너고 산을 올라야 한다. 마을 지명도 절벽 위의 마을이란 뜻이다. 십 수 년 전, 한창 오지 여행하던 시절 수십 번은 더 올라 다녔던 곳이다. 그때는 전기도 전화도 없었고, 코뿔소 달린 코란도도 올라 다니기 힘들었던 곳이다. 오랜만에 지나는 길에 차를 세우고 멀리서 바라본다. 때 되면 밥차려주시던 어르신은 이미 돌아가셨고,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만나면 술상부터 내오시던 어르신도 돌아가셨다. 아! 그 어르신, 나 때문에 부부 싸움한 적이 있었다. 안주가 떨어졌다며 토종꿀 한통 다 비워버렸거든. 그 후 또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더라는 얘기를 바람결에 들었다. 그리고 가보지 못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던 여행이 사람을 만나는 여행으로 바뀌면.. 2016. 7. 6.
봄빛에 물든 산 너머 강마을 풍경 멀리에서 보이는, 아스라이 이어지는 산길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 산 너머에는 누가 살까. 산 너머 풍경이 궁금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이 궁금하다. 나의 여행은 언제나 길에서 시작한다. 며칠 전 내린 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아무리 사륜구동이라지만, 이런 진흙길은 눈길보다 더 위험하다. 일반 승용차는 절대 갈 수 없는 길이다. 아마도 모르고 갔다면, 그냥 눌러 살아야 할 것이다. 지도에는 분명 길이 끊겨 있었다.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개를 넘으니 넓은 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사람이 산다. 강 건너에도, 산 너머 골짜기 깊숙한 곳에도. 강변에는 복사꽃, 조팝꽃, 살구꽃이, 산자락에는 눈송이 보다 더 고운 산벚꽃이 만발했다. 감히 누가, 산 너머에 이런 풍경이 있을까 상상이나 했을까.. 2016. 4. 17.
[걷기 좋은 길] 삼동치 고랭지 채소밭 가는 길 강원도 영월군 상동면 덕구리에서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리 상금정까지 오지트레킹(trekking)이란 이름으로 걷기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다. 주로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 옛길을 찾아 다녔다. 옛길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에는 사람이 중심에 있다. 그 길에는 늘 이야기꺼리가 넘쳐 난다. 알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굳이 지어내지 않아도 오래된 길에는 자연스럽게 스며있다. 정선 예미에서 무주까지 가는 길은 여럿 있지만, 지루한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를 타기로 했다. 영월 상동에서 봉화 춘양으로, 다시 영주와 예천, 상주를 거치는 길이다. 고속도로에 비해 60km이상 짧은 길이다. 오래전 수없이 걸었던, 영월.. 2016. 3. 31.
동강, 동강할미꽃, 돌단풍 봉화에서 태백을 지나 정선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동강이 흐르는 운치리 마을. 드디어! 귀촌한 오랜 여행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지금이야 도로사정이 좋아서 오지라 할 수 없는 환경이지만, 운치리는 동강 주변에서 가장 깊숙이 들어앉은 마을이었다. 언제부턴가 하나 둘 씩 들어서기 시작한 새 집들이 꽤 많아 졌다. 도시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변화는 있었지만, 오랜만에 찾은 운치리는 옛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니까. 오랜 여행친구들과 동강으로 내려섰다. 동강에는 정선 일대에만 서식한다는 ‘동강할미꽃‘이 한창이다. 이즈음이면 내가 좋아하는 돌단풍도 함께 피어난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좁은 강변도로에 관광버스가 줄을 서 있다. 강변 절벽 주위로는 전국에서 몰려 온 사진 동호회.. 2016. 3. 30.
눌산의 뜬금없는 여행, 토크 & 트레킹,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순창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에서 강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의 오지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트레킹, 자연과 지역주민을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주제였습니다. 넓은 강당이 아닌, 77년 된 한옥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가까이 마주보고 앉아 느끼는 서로의 숨소리가 저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토요일 아침에는 함께 섬진강을 찾았습니다. 이날 만은 저도 여행가가 아닌 여행자가 되어 뒤를 따릅니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강을 따라 두어 시간 걸으면서 자연의 소중함과 서정적인 풍경 가득한 섬진강 강마을도 만났습니다. 짧아야 아쉬운 법입니다. 먼 길 달려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뵙겠습니다. 2015. 12. 6.
[귀농·귀촌 이야기] 굴암리 언덕에서 ‘벼룻길야생화‘ 홈카페를 운영하는 / 이선영 씨 전라북도 무주 귀농·귀촌 이야기 굴암리 언덕에서 ‘벼룻길야생화‘ 홈카페를 운영하는/ 이선영 씨 어느 해 봄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굴암리 강변길을 걸었던 적이 있다. 마침, 어린 손녀딸의손을 잡고 장에 가는 어르신을 만나 굴암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강변으로 난 희미한 옛길을 따라 대유리까지 걸어갔다. 지금은 ‘금강마실길’이란 이름의 ‘걷기 길’이 생겼지만, 사실 옛길은 그때 걸었던 희미한 길의 흔적이 진짜 옛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굴암리에 가면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이왕 ‘길’을 만들거면 진짜 옛길을 찾아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말이다. 강이 보이는 언덕 위에 하얀집 짓고 필자처럼 굴암리의 추억을 안고 이주한 부부가 있다. 아직은 반쪽짜리 살림을 하고 있는 이선.. 2015. 11. 13.
경상북도 영양 새방골 이산뜻한 씨 경상북도 영양 새방골 이산뜻한 씨 ‘하고 싶은 일’과 ‘살고 싶은 곳’은 언제나 만날 수 없는 오작교 같은 관계다. 하지만 까마귀와 까치의 도움으로 다리가 놓이고 그 다리를 건너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이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까... 여기, 그토록 원하던 산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산뜻한 이름이 없을까 생각하다 ‘산뜻한’으로 개명까지 한 이 산뜻한 씨는 전기도 전화도 없는 첩첩산중 오지마을에 혼자 힘으로 집 다섯 채를 지었다. 믿기 힘든 얘기지만 그의 집짓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미대를 나와 서양화를 그리던 그가 붓 대신 난생 처음 톱과 망치를 들었다. 뜻하지 않은 계기로 계획보다 10년이 앞당겨지긴 했지만, 도시와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삶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2015. 11. 13.
지리산을 찾는 여행자들의 쉼터, 지리산 베이스캠프 대표 정영혁 지리산을 찾는 여행자들의 쉼터, 지리산 베이스캠프 대표 정영혁 첩첩산중 오롯이 난 길 끝에 아담한 집 한 채. 텃밭에는 온갖 채소가 자란다. 마당 한 켠에는 닭장이 있고, 집 주인은 틈틈이 산을 오른다. 약초와 산나물을 한 아름 뜯어와 쓱쓱 비벼서 식사를 한다. 요즘 티브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산이 좋아 산에 산다는 사람들 얘기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부러울 수도 있고, 그저 남 얘기거니 하면서 재미삼아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팍팍한 도시생활에 지친 대한민국 남자라면, 나도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 산이 좋아 좋은 직장 다 버리고 지리산에 들어 온 한 남자가 있다. 신한은행 지점장 출신의 전라남도 구례 지리산 온천 부사장 겸 지리산 베이스캠프 대표 정영혁(54) 씨가 .. 2015.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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