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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 -3 등나무운동장 (무주 공설운동장)

by 눌산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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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교감으로 탄생한 등나무의 집, 무주군민과 관광객의 쉼터가 되다

어디에나 있는 공설운동장이 무주에는 없다. 대신 등나무운동장이 있다. 정기용 건축가는 자신의 저서 감응의 건축에서 등나무운동장은 필자가 무주에서 10여 년 동안 한 일 중에서 가장 인상 깊고 감동적이며 필자를 많이 가르치게 한 프로젝트다.”라며 30여 건의 공공건축물 프로젝트 중에서도 등나무운동장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했다.

매년 5월이면 등나무운동장은 사람과 자연과 건축이 하나가 되는 장관을 연출한다. 등나무운동장의 관중석 위를 뒤덮은 등나무꽃, 즉 등꽃이 만발하면 따로따로 놀던 사람과 자연과 건축이 하나가 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그 무렵이면 고인이 저서에서 말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통한 감성을 느끼기 위해 관중석 맨 뒷 열에 올라서서 한쪽 끝에서 한쪽 끝까지 걷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된다.

사실 등나무 운동장을 단순히 구조물만 놓고 얘기한다면 여름날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한 그늘쉼터 정도로 볼 수 있다. 한낱 등나무 넝쿨이 정기용 건축가에게 이토록 큰 감응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

등나무운동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당시 무주군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의 대부분을 공설운동장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참석률은 저조했다. 심지어 참석자 대부분이 공무원들로 채워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군수를 비롯한 지역 유지들은 높은 본부석에 앉아 비와 햇볕을 피하면서 군민들은 가림막도 없는 관중석이나 운동장에 앉아 따가운 햇살과 비바람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으니 참석률이 저조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주군은 고육지책으로 운동장 주변에 240여 그루의 등나무를 심었다. 단순히 등나무 넝쿨을 이용해 관중석에 그늘을 만들어 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등나무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자라 하루라도 빨리 지지대를 세워줘야 할 상황이었다.

어찌 보면 등나무로 그늘을 만들겠다는 단순하고 평범한 발상이었지만 당시 정기용 건축가는 행정 기관이 군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건축은 다 해놓은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며 등나무에 집을 지어주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그림자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에서 최대한 공사비를 적게 들이면서, 구조물과 등나무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등나무가 주인이 되는 결과물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그렇다면, 20여년이 지난 현재의 등나무운동장의 모습은 어떨가? 건축가의 예상과 바람대로 등나무는 구조물을 꼭 감싸 앉고 자라면서 240여 그루의 등나무가 서로 얽히고 얽혀 한 채의 커다란 등나무집을 만들고 있다. 그 안에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매년 열리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등나무운동장은 이제 무주 군민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주군 대표 축제인 반딧불축제를 비롯한 산골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사랑 받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5월이 되면 등나무운동장은 보랏빛 등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초록 잔디가 깔린 운동장과 파란 하늘, 거기에 등나무가 만들어 낸 보랏빛 지붕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관중석을 따라 걸으면 흡사 등꽃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언제라도 등나무운동장에 오게 된다면 천천히 걸으며 건축가가 느꼈던 감응을 느껴보시라.

 

서울에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있고 무주에는 등나무운동장이 있다.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등나무운동장이. 건축가 정기용 감응의 건축’ 137p

 

[tip] 무주읍 남쪽 남대천 건너 지남공원 일대에는 등나무운동장과 예체문화관, 최북미술관과 김환태문학관, 국제화교육센터, 전통공예테마파크, 국민체육센터, 반딧불체육관, 청소년수련관 등 공공건물이 집중되 있다. 다양항 형태의 공겅건축물을 한 곳에서 돌아볼 수 있다. 무주반딧불축제를 비롯해서 무주산골영화제 등 수많은 행사가 등나무운동장을 중심으로 열린다.

주소 : 전북 무주군 무주읍 한풍루로 326-14

참고문헌 : 정기용 저 '감응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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