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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여행

이 땅에 강다운 강은 있는가.

by 눌산 2009. 3. 6.









강다운 강, 보성강 이야기- 18번 국도 타고 압록에서 석곡까지

강은 강다워야 합니다.
온갖 생태계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강 본연의 역활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강을 밀가루 반죽 하듯 제멋대로 주무를려고 합니다.
강에 화물선을 띄우고, 유람선이 다니게 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강은 병들고, 제 할 일을 못하게 됩니다.
서서히 강은 죽어갑니다. 결국은 강에 얹혀 사는 사람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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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압록 강변입니다. 순자강은 섬진강의 본류로 물 흐름이 느려 순하디 순한 강이란 뜻입니다. 오른쪽이 순자강, 맞은편이 보성강이지요. 두 강이 만나 하나가 되어 섬진강이란 이름으로 남해로 흘러 갑니다. 압록은 두물머리인 셈입니다.

오른쪽 다리 뒤로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압록초등학교입니다. 제가 다닐 때 만 해도 전교생이 600명이나 되는 근동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학교였습니다. 3층 건물도 있었고, 책이 빼곡히 들어 찬 멋진 도서관도 있었습니다. 어느날 분교로 주저 않더니, 또 어느날은 폐교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지금은 건물까지 철거되고 빈 터만이 남아 있습니다.

두 강이 만나는 강변은 고운 모래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다리 공사를 하면서, 또 이런저런 이유로 모래를 죄다 퍼가는 바람에 그 곱디 곱던 모래가 사라졌습니다. 여름이면 행락객들이 북적이던 유원지였으니까요.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찾아오는 이들은 예전보다 더 많아 졌습니다. 하지만 모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갈 섞인 모래를 갖다 다시 채웠다고 합니다.
 
해수욕장 부럽지 않던 고운 백사장도 없고, 추억이 깃든 학교도 사라졌지만. 강변에 서면 그때 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지금은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가 됐을, 사고뭉치 녀석들의 웃음소리가요.

압록에 전해오는 재밋는 얘기하나 해드리겠습니다.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압록에는 예로부터 모기가 없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 이유는.
강감찬 장군이 병사들을 이끌고, 또는 노모를 모시고 이곳을 지나가다 강변에서 하룻밤 묶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찌나 모기가 많은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장군은 차고 있던 칼로 모기를 모조리 베어 버렸다는군요. 그래서 압록에는 모기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모기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별로 없습니다.^^  제가 생각한 이유는. 두 강이 만나는 곳으로 바람이 통하는 길이다 보니 그런게 아닌가 합니다. 물이 맑아 오리들이 많이 살았다하여 붙여진 압록(鴨綠)이란 지명만 봐도 청정한 지역이다 보니 모기가 있을 리 없었겠죠. 

모기는 바람에 무지 약합니다. 여름날 저녁 살랑살랑 바람이 불면 모기가 없거든요. 비 오기 직전의 끈적끈적한 날 모기나 벌레들이 많습니다.

에~이 거짓말~ 하시는 분은 직접 가보세요.^^ 여름에 강변에서 야영하면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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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 강변 주변에는 매화나무와 산수유 나무가 제법 많습니다. 봄이면 꽃천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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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 보성강 변에 근사한 펜션도 들어섰습니다. 객실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끝내주더군요. 봄가을 이른 아침 물안개 피는 풍경이 기가막히게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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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뒤로 하고 보성강 줄기를 따라갑니다. 섬진강은 17번 국도, 보성강은 18번 국도입니다.

사진의 풍경이 보성강의 대표 얼굴입니다. 강 본연의 역활이라고 할 수 있죠. 자연 정화 기능을 하는 수초 섬과 모래톱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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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라 하기에는 너무 넓고, 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소박한 모습입니다.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 수초섬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돌아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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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물억새와 갈대가 가득합니다. 가을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매마른 대궁만 남은 봄날 풍경도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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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에서 석곡까지 약 17km 구간의 보성강을 이 지역 사람들은 석압강이라고도 부릅니다. 석곡에서 압록 사이를 흐르는 강이란 뜻이죠. 또는 석압계곡이라고도 합니다. 협착한 골짜기 덕에 따로 얻은 이름인 셈입니다. 강에서 계곡으로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특별히 별났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구간을 지나다보면 계곡 같은 강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황강이란 이름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물이 맑기로 소문 난 보성강에는 은어, 메기, 쏘가리, 참붕어, 참게, 잉어 등이 서식해 강 주변 주민들은 봄철에는 천렵을 즐겼고, 여름철에는 횃불을 들고 물고기를 잡는 횃불놀이가 아름답다 하여 곡성 팔경중 하나인 대황어화(大荒漁火)에서 얻은 이름입니다.

물이 맑아 오리들이 많이 살았다하여 붙여진 압록(鴨綠)이란 지명 또한 맑은 물과 연관이 있습니다. 석압강, 석압계곡, 대황강, 보성강은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키는 말로 물이 맑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요즘도 섬진강에 비해 보성강이 훨씬 물이 맑은 것은 사실입니다. 더구나 이래저래 개발이란 광풍에 휩싸인 섬진강에 비하면 참 촌스러운 강 그대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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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국도에서 태안사 가는 다리입니다. 40년 전에도 저 다리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전부터 있었는지 모릅니다. 물론 지금은 잠수교 옆으로 키가 큰 새로운 다리가 놓여졌습니다.

어릴적 기억으로 물이 불어 다리가 넘치기도 했습니다. 그럴때면 아버지는 저를 무등을 태우고 저 다리를 건너셨습니다. 한 손으로는 자전거를 둘러 매고요.

아버지는 그때 면소재지가 있는 석곡 나들이를 자주하셨습니다. 고추장 양념 석쇠구이로 유명한 '석곡식당'도 자주 갔고요. 그 석곡식당이 지금도 있습니다. 꽤 유명해 졌더군요. 식당 아주머니는 늘 저에게 가마솥에서 긁은 누룽지를 안겨주셨습니다. 한아름은 되는 큰 누룽지를 안고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매달려 집으로 오던 그 길이 바로, 지금 제가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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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풍경이라고 하면 저는 무지 섭섭합니다.^^ 제겐 어릴적 추억이 담겨 있는 강이니까요. 해가 뜨고 지고, 눈이 오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에도 저는 저 강에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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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강을 끼고 달리는 18번 국도 변에는 멋진 원두막이 여러 채 있습니다. 쉬어가라고요. 저 원두막에서 봄바람 이불 삼아 늘어지게 낮잠 한숨 때리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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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길이지만. 이 길을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도. 그 무엇과도 비교 될 수 없는 큰 산 지리산과 섬진강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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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마을 앞 보성강 풍경입니다. 순천만 갈대밭이 부럽지 않을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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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과 석곡 중간 쯤의 목사동이란 곳에 있는 신숭겸 장군의 탄생지인 용산재입니다. 태안사 입구에 가시면 신숭겸 장군의 추모비도 있습니다. 지금은 태안사 매표소 입구 식당 앞 도로 변에 있지만 저의 생가 마당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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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마을 앞 모정입니다. 따뜻한 날 도시락 까 먹으면 딱 좋겠죠? 늘 반복되는 얘기지만 쓰레기만 버리지 마시고요.^^ 마을 주민들이 무지 싫어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시골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시골 인심이 변한게 아니라 시골을 찾는 사람들이 변한 것이지요. 여름이면 저 모정 주변에 쓰레기 더미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지나가다 음식을 먹고 그대로 버리고 간다는 얘깁니다. 그런 걸 보고 누가 좋아 할까요? 지킬 것만 잘 지키면 아무 문제 없는데 말입니다.

정리하다 보니 제목과 내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릴적 추억이 가득한 강이니 할 말도 많겠거니 하고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보고 느낀, 아름다운 강을 제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또 다음, 그 다음 세대에게도 그대로 전해줘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강을 밀가루 반죽 하듯 제 맘대로 주무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길 탐방'이란 이름으로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을 다녀 온 어느 정치인은 자신의 책에서 "한폭의 그림같은 낙동강을 보면서 유람선과 바지선을 상상했다."고 하더군요. 또 "사람이 있는 강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고도 했습니다. 맞습니다. 사람이 없는 강은 죽은 강이죠. 하지만 강에 유람선과 바지선을 띄운다면, 그건 강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됩니다.


[tip] 소개한 이 길은, 일주일 후면 매화와 산수유꽃이 만발하고 3월 말이 되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핍니다. 벚꽃이야 대한민국 땅 어디가도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한갓져서 좋습니다.
 
호남 고속도로 석곡IC로 나와 18번 국도를 타면 바로 보성강을 따라 가는 길입니다. 강을 따라 17km 쯤 가면 압록에서 17번 국도와 만나고, 우회전하면 구례나 순천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좌회전하면 곡성 기차마을 가는 길이죠. 석곡에서 반대방향으로 가면 송광사나 선암사, 보성가는 길입니다.

서울에서 출발 할 경우 전주IC에서 17번 국도만 따라가면 남원-곡성을 지나 압록에서 보성강과 만납니다. 거리는 전주에서 빠지는게 가깝지만 소요시간은 비슷합니다.

압록은 오래전부터 매운탕으로 유명한 식당이 여럿있습니다. 주로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주변에 몰려 있습니다. 

아래 링크 된 자료를 참조하시면 여행길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태안사 간단 자료 -- >> http://ozikorea.tistory.com/472
보성강 벚꽃 -- >> http://ozikorea.tistory.com/152
보성강 도보여행 -- >> http://ozikorea.tistory.com/222
섬진강 17번 국도 -- >> http://ozikorea.tistory.com/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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