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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걷기 좋은 길] 17번국도 '송치' 옛길

by 눌산 2009.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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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시 월등면 계월리 상동마을에서 서면 학구리까지,
송치 옛길을 넘다.


'송치'는 전라남도 순천시 월등면 계월리 상동마을에서 서면 학구리로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지난 98년 송치터널의 개통으로 지금은 잊혀진 길이 되었습니다.

철도는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라도 아주 오래전부터 터널이 있었습니다. 기차가 산을 넘을 수는 없으니까요. 고개 경사가 심해 기차가 이 고개에 이르러서는 후진을 했다 그 탄력으로 고개를 넘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송치'는 제가 넘어 본 가장 높은 고개였습니다. 국민학교 다닐때 얘깁니다. 기차를 타고, 트럭을 타고 순천 외가집을 갈때 자주 넘던 고개였으니까요.

옛날 생각이 나서 순천 가는 길에 송치터널을 지나지 않고 옛길을 넘었습니다. 20여 년 만에 넘어보는 고개지만 낯익은 길은 편안했습니다. 차를 버리고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다음을 기약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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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 옛길이 시작되는 순천이 월등면 계월리는 '향매실마을(http://nulsan.net/515)'로 알려진 곳입니다. 봄이면 작은 골짜기 전체가 매화꽃으로 가득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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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자귀나무 꽃을 고개길 넘는 내내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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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나무 이파리입니다. 성질 급한 녀석이나 봅니다. 벌써 가을로 향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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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길을 잠시 오르면 지난 98년 개통 된 송치터널이 보입니다. 헌 길에서 바라 본 새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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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된 송치 버스 정류장입니다. 이렇게 10년 이상 아무도 찾지 않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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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었는데, 역시 방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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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면서 산안개가 너풀거립니다. 촉촉히 젖은 나무 이파리는 완연한 초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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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 고갯마루에는 '송치재' 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해발 280m, 생각보다 높진 않습니다. 어릴적 제가 넘어 본 가장 높은 고개였는데...


송치(松峙)는 솔재를 한자화한 이름입니다. 원래 지명은 '솔원(松院)재'였습니다. 고개 너머 서면 송치(솔재)마을에 관리나 나그네가 머물러 가는 원(院)이 있어 솔원으로 불렸고, 솔원에 있는 고개라 하여 솔원재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 고개를 넘을때마다 궁금한게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적에는 솔재도 아니고, 솔원재도 아닌 '소련재'라 불렸습니다. '소련군이 넘어왔던 고개'라 해서 '소련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얘기였습니다. 소련군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솔원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소련재가 되버린 것이죠. 솔원재, 소련재, 발음이 비슷하죠? 이런 저런 자료를 조합해 본 결과, 눌산이 추정해 본 소련제가 된 사연입니다. 솔원재-->소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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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된지 26년이나 되 화단이지만, 옛날 그대로입니다.
전 왠지 송치보다는 솔재가 더 좋습니다. 어감도 부드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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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어갑니다. 반대편은 순천시 서면 학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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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국도입니다. 송치터널 개통과 4차선 확장으로 제가 서 있는 길은 옛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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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흙집 한 채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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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농원, 흙집 민박 061-755-0024
하룻밤 자고 가고 싶은 집입니다.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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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마을에는 빈 집이 많습니다. 녹슬은 철문이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합니다.

도로가 넓어지고, 터널이 개통되면 목적지까지의 시간은 단축되겠지만, 잃는 것도 많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좀 더 편리하자고 너무 많은 것을 잃는 다는 것이죠. 하나를 얻기 위해서 두 개, 세 개를 버리는, 우리 인간은 참 바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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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마을에서 송치터널 입구까지 약 6km를 달려왔습니다. 버려진 버스정류장과 삐까번쩍한 아크릴 '신상' 버스정류장이 대조적입니다.

옛길은 여기에서 끝이 납니다. 원치 않아도 새 길을 타야 합니다. 여기서 순천방향으로 500m만 가면 근사한 휴게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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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도열한 이곳은 휴게소입니다. 근사하죠? 여행길에 이런 휴게소를 만나면 횡재한 기분이 듭니다.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들고 잠시 걸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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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수목원휴게소입니다. 메타세콰이어 뿐만이 아니라 관상용 정원수가 가득 심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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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희귀석이란 이름의 돌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도 모양의 돌도 있죠?


고속도로보다는 국도가 좋고, 국도보다는 이런 옛길이 좋습니다. 나이 탓일까요? 20대는 이런 길 좋아하진 않겠죠? 그렇다면, 전 40대니까 나이 탓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잊혀지고, 버려진 옛길에서 또 다른 기쁨을 찾게됩니다.

자동차로 넘었지만 걸어서 넘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터널을 지나면 5분이지만, 옛길을 넘으면 두 시간입니다. 행복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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