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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183

산골 고양이에게 찾아온, 고요 여름 끝이다. 처서가 지났고, 비도 적당히 내렸다. 덕분에 기온은 뚝 떨어졌다. 산골날씨 답다. 민박집 주인에게 여름은, 휴가시즌을 기준한다. 연일 복닥거리던 이 큰 집에도, 고요가 찾아왔다. 야옹이와 다롱이도 아는 모양이다. 본닛 위에 내린 빗물을 먹는 다롱이. 언제나 관심 받기를 원하는 녀석. 남의 차에는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 괜찮아. 발자국이 남으면 어떻고, 스크레치 좀 생기면 어떠냐. 이번에는 빨레집게에 묻은 빗물을 먹는다. 함께 있다는, 언제나 함께 한다는, 몸짓이다. 이렇게 눈을 맞추고, 함께 숨을 쉰다. 요즘은 부쩍 함께있는 시간이 늘어 난 야옹이. 밖으로만 돌던 야옹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졌다. 녀석도, 휴가시즌이 끝난 것을 아는거지. 야옹이와 다롱이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애교.. 2013. 8. 26.
가을이 온다. 오늘 아침은 바람이 다르다. 비 소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달력을 보니 내일이 처서네. 처서는 입추와 백로 사이 24절기 중 하나로 '일 년 중 늦여름 더위가 물러가는 때'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툴어 진다는 말이 있고, 여름에 무성해진 산소 벌초를 한다. 수확을 대비한 논두렁 풀베기,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는 풍속도 있다. 아, 또 있다. 처서를 기점으로 복숭아 맛이 가장 좋다네. 흔히 만날 수 있는 벚나무에 가장 먼저 단풍이 든다. 오늘 아침에 보니 창 밖 벚나무 잎이 물들기 시작했다. 꽃도 가장 먼저 피고, 단풍도 가장 먼저 들고, 잎도 가장 먼저 떨구는, 아주 성질 급한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세상을 제대로 사는 녀석이었어! 2013. 8. 22.
다롱이의 개인기 다롱이의 개인기는, 나무타기와 산책하기, 그리고 눌산 웃기기. 또 있지. 뒷집(커피집)에서 한 시간을 앉아 있어도 끝까지 기다리기. 의리 하나는 최고다. 다롱이가 새벽부터 눌산을 부른다. 창문을 열었더니, 저러고 앉아 있다. 아마도 다람쥐 사냥이라도 할 모양인데, 좀 봐 달라는 것이다. 다롱아~ 잘잤어? 했더니, 신이 났다. 나를 바라봐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 사냥은 실패했지만, 아침부터 눌산을 웃겼다. 성공한거야. 2013. 8. 20.
펜션 주인의 단상(斷想) 이즈음,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펜션 주인과 펜션을 찾는 손님이다. 펜션 손님은 휴가가 끝이고, 펜션 주인에게는 휴가의 시작이니 그렇다. 아니면 말고다. 거울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지난 한 달을 정신없이 보냈던 펜션 주인에게, 휴가 시즌의 끝은 무주건 신나는 일이니까. 오늘 아침에는, '아침'이 보였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그동안 멈추어 있던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도 휴가시즌이 끝난 걸 아나? 2013. 8. 19.
참, 오묘한 세상이야 산과 계곡에는 피서객들의 고기 굽는 연기가 새벽안개처럼 퍼져 오르는데,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촛불을 든 사람들로 꽉 찼더라. 눌산은 매일 밤 펜션 손님들을 위해 숯불을 피운다, 또 촛불을 켠다. 현관 등을 끄고 촛불을 켜 놓으니 좋은 점이 많더만. 절전 효과는 기본이고,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날벌레도 없어. 하루 이틀 켜 놓고 보니, 보기도 좋아. 괜찮은 생각 아니야? 전력 비상이라는데. 나 하나 쯤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지. 알아, 아주 잘 알고 있어. 그건, 사실이니까. 한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문제는 서글퍼지더라는 거지. 아, 이 간사한 인간이여……. ‘자연’은 묵묵부답이다.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이 여름을 묵묵히 견디고 있잖아. 가을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거지. 참, 오묘한 세상이야……. 2013. 8. 15.
펜션 고양이 피서법 07시 기온 20도, 08시 30분 기온 22도. 아마도 10시 쯤 되면 30도에 육박하겠지. 무주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낮에는 33도까지 올라간다. 도심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이 산중에서 체감하는 기온은 높다. 하지만 열대야는 없다. 이불이 필요할 만큼, 시원하다. 산중에 사는 복이다. 민박집 주인은 아침부터 취미생활 중이다. 매일 매일 이불 빨래하는게 일이자, 취미다. 요즘 다롱이는 처마 밑에서 잔다. 아침해가 곧바로 들어오는 곳이지. 이불을 널자마자 곧바로 내려 온다. 시원한 그늘을 찾아서. 이불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나무 사이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는. 다롱이에게는 최고의 명당이구나. 좀 맹하고, 어리숙 할때도 있지만, 이런 걸 보면 참 똑똑하단 말이야. 아무리 귀찮아도 '산책 가자~' 소리만 하.. 2013. 8. 14.
물한계곡 아이들 해가 저문다. 여름이 저물어 간다. 내 마음이다. 민박집 주인의 간절한 마음. 물한계곡은 물이 차다(寒). 진짜로 물이 차다. 언제나 맑은 물이 철철 넘쳐 흐른다.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만났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다. 내 아이들을 아이들 속에서 키우고 싶어 운영한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까지 운영비를 충당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아이들 웃음 만큼이나 부부의 표정은 밝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전부는 아니다. 떠나면 새로운 삶이 있다" 부부는 그렇게 서울살이를 청산하고 영동 오지마을로 내려왔다. 물놀이 끝`!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먹으로 간다~~ 2013. 8. 13.
'언제나 봄날'의 여름 여름이 절정이다. 이 깊은 산골에도 한낮 기온이 32도를 넘었다. 계곡마다 사람들로 가득하다. 무주에 이렇게 사람 많은 날이 또 있었던가. 70만 명이 찾는다는 무주 반딧불축제 때 보다 더 많은 것 같다. 펜션 언제나 봄날 뒤란의 520년 된 당산나무다. 심심하면 등장하는 당산나무지만, 자꾸 자랑하고 싶다. 이 무더운 더위에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는, 귀한나무 아닌가. 더불어 마을 숲이 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빽빽한 숲이다. 최근 문을 연 갤러리&커피숍에 앉으면 숲 한가운데 들어 앉아 있는 느낌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망을 갖춘 찻집이 아닌가 싶다.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언제나 봄날 전용 계곡이다. 얼마전 내린 비로 수량이 딱 좋다. 닥터피쉬가 사는 그 계곡이다. 각질때문에 고민이신 분.. 2013. 8. 9.
스콜(squall) 마른 번개가 10여 분 이어지더니 순식간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그러다 거짓말처럼 뚝 그친다. 요 며칠 무주 날씨가 그랬다. 뜨거운 열기에 달궈진 지표면에서 상승한 공기가 비구름을 만들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을 열대성 '스콜'이라고 한다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를 지적하기도 한다. 어지러운 세상사 만큼이나 알 수 없는 여름 날씨다. 서울지역에 그 많은 비가 내리는 동안에도 무주는 가뭄에 가까울 정도로 비가 안와 걱정했는데, 다행이라 해야 되나? 아무튼 이런 소나기도 오늘이 마지막이란다. 내일부터는 폭염이 오신다네. 절반의 여름이 지났다. 펜션 주인에게 남은 절반의 여름은, 너무 길다. 201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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