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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생명력

by 눌산 2012.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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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벌들이 몰려들더니 잠잠해졌다.
꽃가루가 날려 어수선했고, 이젠 아카시아 향기가 방안까지 스며든다.
봄의 흔적들이 떠나는 중이다.

좀 부지런해보자 했던 올봄 역시 게으름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생강꽃차하고 산초잎차 좀 만들어봤고,
금강 오지마을 방우리까지 가서 따왔던 아카시아꽃차는 실패한 것 같다.
맛이 영 아니다.
고사리는 딱 먹을만큼만 말렸다.
움직이면 다 먹을거리라고 하던 상조마을 행운님 말씀처럼 산골생활은 하기 나름인 것이다.
좀 더 부지런했더라면 다래순이랑 이팝나물 좀 말려 뒀으면 했는데, 이미 여름이 가까이 와 버렸다.

봄은 또 온다.
게으른자의 여유아니겠는가.


마당을 콘크리트로 덮은 후 작은 틈에서 풀이 자랐다.
처음에는 민들레하고 씀바귀만 보이더니 해가 갈 수록 같은 자리에서 올라오는 녀석들이 늘어난다.
올해는 민들레, 쑥, 씀바귀, 개망초, 왕고들빼기, 달맞이꽃, 지칭개가 한자리에서 올라온다.





이 자리 역시도 마찬가지다.
마당 한가운데, 좋은 자리를 잡았다.





나무데크와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서도 어김없이 피어난다.
지칭개 이 녀석은 키가 너무 크다.
풀은 뽑는게 당연하다지만, 보기 좋아 그냥 놔뒀다.
이 역시 게으른자의 여유임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평생 처음으로 내집 마당에 심었던 꽃이다.
함양 생초에서 사 온 함박꽃이다.
사진을 다 찍고 밭에서 나오는데, 동네 할머니가 "사진 다 찍었으면 몇포기 사가~"하시는 말씀에 사왔다.
지난 가을 소나무를 옮겨 심으면서 중장비가 파헤쳐 놓아 사라졌구나 했는데, 다시 살아났다.

오늘은 아침부터 고라니 울음소리가 들린다.
밤낮이 없는 홀딱벚고 새소리도 우렁차다.
짝짓기 계절이다.
부지런한 녀석이 미인을 얻는다는 진리가 동물의 세계에서도 똑 같은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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