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걷다

아름다운 숲길, 그리고 늙은 절 금산 보석사

by 눌산 2010. 6. 2.
728x90
반응형









전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금산 보석사


숲길 하나로 유명해진 명소들이 많습니다. 그 중 오대산 월정사나 능가산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명소가 된지 오래입니다. 몇 백 미터에 불과한 산사의 이 짧은 숲길들이 여행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이유는 뭘까요. 제대로 된 숲길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산사의 고즈넉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포장도로와 쌩뚱맞은 거대한 구조물들은 오히려 여행자들의 외면을 받게됩니다. 없다보니 남은 숲길이 귀한 대접을 받을 수 밖에요.

보석사 전나무 숲길은 200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좁은 진입로에 빽빽히 들어 찬 전나무가 인상적입니다. 하늘을 향해 곧추선 전나무의 기운은 걷는 것 만으로도 충전 만땅입니다. 워낙 외진 곳이라 아직 유명세 대열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몇해 전 한석규가 등장하는 CF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아직은 덜 유명해서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주문에서 곧바로 숲길이 이어집니다. 한낮이라 냉장고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차장을 지나 만나는 일주문 앞에는 "차는 주차장에 두시고, 경치가 아름다운 숲길을 산책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또 하나 "휴대폰을 잠시 꺼주세요."라는 프랭카드가 새롭게 걸렸습니다. 다 옳은 말이지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고, 숲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낮 햇살이 묘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무주총각이 앞장서고 뒤를 따라 숲으로 들어갑니다.

보석사 대웅전 유형문화제 제143호
충청남도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711

이 절은 신라 헌강왕 12년(886년)때 조구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처음 세울 당시 절 앞에서 캐낸 금으로 불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보석사라 하였다. 본래 건물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없어졌고, 현재의 건물은 조선 후기에 다시 지어졌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옆면 3칸의 겹처마 맞배지붕의 다포식 건물이다. 건물 안에 봉안된 불상은 석가모니불,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 3기의 좌상으로 수법이 섬세하다.
이 건물의 앞쪽 오른편에 의승장 영규대사가 머물렀던 의선각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나무 숲길은 200여 미터에 불과합니다. 짧아서 아쉬운 길입니다. 아마도 걷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딱 좋을 거리겠지요. 짧지만 더 느리게 걷다보면 그 느낌은 배가되지 않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이게 뭔 일인가요.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으로 계룡산 갑사와 보석사를 오가며 수도한 영구대사가 머물던 전각인 의선각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지난 가을만 해도 종무소로 쓰고 있었는데. 또 대웅전 앞에 낡은 무채색의 천왕문까지 사라지고 없습니다. 혹여나 해서 지난 가을 다녀간 이후 블러그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대웅전 좌측으로 영규대사가 머물렀던 의선각이 있고, 대웅전과 마주보고 있는 천왕문은 낡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서 있지만 늙은 절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창불사에 열 올리기 보다는 주변과 잘 어울리는 불사가 좋겠지요. 부처님! 그렇지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을 봤습니다. 낡아서 가치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런저런 이유야 있겠지만 중창불사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낡고 늙은 절, 보석사의 가치가 사라진 느낌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음때문에 서둘러 절집을 내려갑니다.

보석사에는 대단한 명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은행나무인데요. 수령이 자그만치 1,100년이나 된 천연기념물 365호 보석사 은행나무입니다. 높이 40m, 둘레 10.4m의 이 은행나무는 보석사를 창건한 조구대사가 제자 다섯 명과 함께 여섯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라고 합니다. 마을이나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큰소리로 울어 재난에 대비토록 했다는 얘기가 전해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 느리게 숲길을 걸어 내려갑니다. 가슴 깊이 숨을 들이마셔 봅니다. 숲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라진 의선각과 천왕문이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보석사 두 개의 보석 중 하나가 사라졌으니 또 다시 오게 될지... 남은 보석 하나의 가치가 더 크게 남겠지요.


[tip]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금산IC를 나와 우회전 - 금산 읍내 - 진안방향 13번국도 타고 공설운동장 지나면 우측으로 들어가는 보석사 이정표가 나옵니다. 보석사 입구 석동마을까지 금산에서 하루 여섯 차례 시내버스가 다닙니다. 약 15분 소요.

<무주 언제나 봄날>에서 30분 거리입니다.


반응형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