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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여행120

강원도 오지마을에서 하룻밤 매서운 한파가 한 풀 꺾인, 어느 봄날같은 지난 1월 초에 나는 강원도 어느 오지마을에 있었다. 그곳에서 이틀 밤을 먹고 자고 놀았다. 눌산은 여행가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고, 모르는 곳이 없는 오지여행가이다. 하지만 이제, 오지는 없다. 그저 오랜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과거에 오지로 불리던 곳들 대부분이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다. 먼지 폴폴 날리는 흙길도 없고, 뜨근뜨근한 아랫목이 있는 오래된 집도 찾기 힘들다. 도로는 대부분 포장이 되었고, 전기가 들어오고, 전화는 빵빵 터진다. 오지여행가가 오지를 찾는 일이 하늘의 별을 따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 되었다. 그렇다고 슬프거나 아쉬운 마음은 없다. 낡은 흙집이 번듯한 콘크리트 집으로 변한 걸 보면서 한평생 소원이었을 새.. 2014. 1. 22.
오지 중의 오지 강원도 인제 아침가리골, 눈길 13시간을 걷다. 우리 땅의 속살, 무인지경 아침가리골 20km 눈길 트레킹 구룡덕봉에서 새해 첫 해를 만나고 아침가리골로 향한다. 오지 중의 오지요, 삼둔사가리의 중심인 아침가리골은 오지여행 매니아들의 고향 같은 곳이다. 눌산 또한 이곳을 드나든지 20년이 넘었다. 아침가리골을 처음 만나고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 오지여행가가 되었다. 아침가리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여전히 전기도 전화도 없다. 사철 마르지 않는 청정옥수가 흘러 넘친다. 안타까운 것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수준이 변했다. 즉, 예의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말이다. 구룡덕봉 삼거리에서 구룡덕봉에 올라 새해 첫 해를 만나고, 다시 구룡덕봉 삼거리에서 아침가리골을 지나 방동약수가 있는 방동리까지 20여km 를 걸었다. 아침 5.. 2014. 1. 6.
[강원도 인제] 2014년 1월 1일 구룡덕봉 일출 여전히 강원도가 좋다. 때때로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처럼, 난 강원도를 떠올린다. 강원도가 좋았고, 그래서 그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나에게는 훈장 같은 것이다. 무주에 살게 되면서부터는 먼 길이 되었지만, 이따금 찾는 강원도가, 그냥 좋다. 지난 12월 31일부터 1월 5일까지 강원도 여행을 했다. EBS '좋은 학교 만들기' 프로그램 촬영이 목적이었지만, 나에게는 여행이었다. 무주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KTX를 타고 광명역으로, 부천에서 일행과 합류해서 홍천으로. 총 1500km를 달린 긴 여정이었다. 2013년 12월 31일, 밤 11시가 다 되서야 홍천 자운리에 도착했다. 오랜 친구의 집에서 두 시간을 자고, 새벽 4시에 집을 나선다. 목적지는 방태산 구룡덕봉. 애초에 목적지.. 2014. 1. 6.
[산이 좋아 산에 사네] 농촌 대안교육을 위해 ‘자연’을 선택한 부부 농촌 대안교육을 위해 ‘자연’을 선택하다. 충북 영동 물한리 신상범 김희정 부부 최악의 여름이었다. 최장 기록을 경신한 장마와 그 뒤에 찾아 온 폭염으로 모두가 지쳤다. ‘풀이 죽었다’는 말이 실감나는 여름이었다. 산과 계곡마다에는 여전히 더위를 피해 찾아 든 사람들로 가득하다. 예부터 물 좋기로 소문난 충북 영동의 물한계곡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물이 차다(寒)는 의미의 물한리로 접어들자 골골마다에는 형형색색의 텐트들이 보이고, 나뭇그늘 아래에는 느긋한 오수를 즐기는 이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만큼 더위를 피하기에는 더 없이 좋아 보인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던 부부는 ‘通’했다. 백두대간 삼도봉과 민주지산, 각호봉이 부챗살처럼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물한리에서 참 괜찮은 부.. 2013. 9. 13.
물봉선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었다. 무주 부남면의 산골마을을 찾아가는 길이다. 어깨로 카메라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낯설지 않은 이 느낌, 괜찮네. "네비 필요없어~ 우리집은 네비에도 안떠~" 네비게이션에도 안 뜨는 마을이라니. 그래도 주소를 찍고 출발했다. 휑한 골짜기 한가운데서 들리는 네비양 목소리.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거짓말. 대신, 물봉선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그러고보니 네비양은 물봉선을 좋아하나보네. 길은 감으로 찾는다. 네비가 없던 시절에 지도를 보면서 찾아다녔던, 동물적인 감각은 여전히 살아있었어. 물봉선이다. 며느리밑씻개, 고마리도 보인다. 네비양 덕분에 손가락 운동 좀 했다. 2013. 9. 12.
[이색마을] 함양 거기마을 경상남도 함양 해발 500m 산꼭대기 거기(居起) 마을 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IC를 나와 안의 방향으로 달린다. 이 길은 함양의 '선비문화'를 만날 수 있는 '정자탐방로'가 화림동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다. 먼 옛날 한양으로 과거보러 가던 영남의 유생들에게 남덕유산 육십령은 큰 고비였다. 높이 1507m나 되는 산 길을 60리나 걸어서 넘어야 했다. 화림동 계곡은 육십령 바로 아래에 있다. 선비들은 험한 고개를 넘기 전 화림동의 정자에 앉아 탁배기 한 사발로 목을 축였을 것이다. 함양에는 지금도 옛 선비가 풍류를 즐겼던 정자와 누각이 100여 개나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정자와 누각을 엮어서 만든 길이 '선비문화탐방로'로 1구간 '정자탐방로'와 2구간 '선비탐방로'로 나뉜다. 화림동 계곡을 따라가다.. 2013. 7. 26.
정선 민둥산 아래 발구덕마을 간만에 강원도 속살을 더듬고 왔다. 깊은 오지를 찾을 만큼 시간의 여유가 없어 대충 겉만 핥고 왔다. 그나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나에게 오지는 비타민이다. 먼 길을 운전한 피로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순간 만큼은 세상의 모든 흐름이 멈춘다.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 아래 발구덕 마을에 올랐다. 산 중턱에 있으니 올랐다는 표현이 맞다. 움푹 페인 구덩이가 8개라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마을 주민들은 팔구뎅이라고도 부른다. 참 독특한 지형인데, 여기서 지리 공부 좀 하자. 위에서 보면 깔대기 모양의 분지가 여기저기 보인다. 학자들은 발구덕마을에 이렇듯 구덩이가 많은 이유를 '아래에 석회암 동굴이 있어 지표면과 통한 굴을 통해 흙이 자꾸 빠져 나가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지형을 전형적인 .. 2013. 7. 22.
[산이 좋아 산에 사네] 경상북도 영양 노루목 김병철 김윤아 부부 ‘어느 날 갑자기’ 시작 된 산골생활, “잘했다” 경상북도 영양 노루목 김병철 김윤아 부부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된 더위가 한여름 못지않다. 이런 날에는 골짜기 깊숙이 들어가 한 사 나흘 하릴없이 빈둥거리다 오고 싶은 마음이다. 때 마침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경상북도 영양의 어느 오지마을을 향해 달렸다. 산세가 강원도 못지않은 영양은 우리나라에서 교통이 가장 열악한 곳이다. 덕분에 때 묻지 않은 자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월산 자락 심산유곡에서 흘러 온 청정옥수가 사철 넘쳐흐르는 골짜기에 7년 전 서울에서 귀촌한 젊은 부부가 산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산골생활을 시작 한 김병철(44) 김윤아(39) 부부를 만났다. 그들이 사는.. 2013. 7. 10.
살고 싶은 집 "눌산은 허름한 집에 살아야 될 팔자야." 오래전, 뭐 좀 볼 줄 안다는 지인이 내게 해 준 말이다. 거의 쓰러져 가는 70년 된 화전민의 오두막에 살 때였다. 그 곳에 있는 내가 가장 행복해 보였단다. 생각해보면, 그 오두막 생활 3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지인의 말 처럼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기도 했다. 뭐랄까, 한마디로 설명은 어렵다. 그냥, 좋았다. 산에서 흐르는 물을 먹고, 그 물로 알탕을 하고,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을 먹고 살았지만, 딱히 불편하다거나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 오두막 생활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경상북도 영양의 어느 오지마을이다. 대부분 빈집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 진다. 갑자기 비포장도로가 나타나더니 휴대폰은 먹통이 .. 2013. 6. 4.